권영문(전 원주MBC 보도국장)

원주시 태장동 캠프롱 미군기지 반환에 따라 무상반환 운동을 벌여온 원주지역 53개 시민단체들이 1군사령부가 캠프롱을 계속 군사시설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반발하여 집단시위를 벌이는 등 군사시설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김기열 원주시장도 1군측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캠프롱 반환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지역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름대로 주장과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고 아울러 각기 타당한 이유도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오랫동안 1군사령부와 함께 해온 원주로서는 1군 측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원주는 6.25 한국전쟁이후 지금까지 군사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게된 것은 1군사령부라는 고급 지휘부대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1군은 전쟁당시 야전에서 우리군의 거의 모든 지상작전을 지휘했고 70년대 초 3군과 분리되기 전까지 휴전선의 거의 모든 군부대를 총괄 지휘하는 야전의 최상급 부대였으며 지금도 중동부 휴전선과 주요 전·후방부대를 지휘하는 전술·전략 지휘부대이다. 따라서 1군사령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주둔하면서 국가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원주는 병마의 고장이라 해서 삼국시대에는 원주를 점령한 나라가 군사적 주도권을 가질 정도로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으며 6.25 전쟁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군사 요충지이다. 따라서 원주에 1군사령부가 자리잡은 것은 국가차원의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며 캠프롱은 1군사령부와 최대우방국 미군과의 협조를 위해 6.25 전쟁시부터 존재해온 비 전투 협력부대 기지이다.

강원도내에서 문제가 된 미군기지 2곳 가운데 전투부대인 춘천기지는 반환이 완료돼 일단락 됐지만 협력부대인 캠프롱은 전국에 4만명의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현실에서 군사령부급 한·미연합작전 등 군사협력과 국가 보안상의 이유로 최소한의 기능은 존속돼야 한다는 것이 1군측의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여분의 캠프롱 터를 활용하여 원주시내에 산재한 1군 직할부대를 한데 모으고 그들 부대가 주둔했던 자리를 반환하는 방안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캠프롱 반환과 관련해 1군 측의 뒤늦은 군사시설 활용계획 발표와 원주시의 어정쩡한 태도 그리고 김기열 원주시장의 1군 입장 수용 등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오해와 사전조율부족 그리고 이미 결정된 내용에 대해 발표를 미루면서 시민의 눈치를 살핀 듯한 석연치 못한 점도 있다.
하지만 캠프롱 문제는 1군사령부가 군사 요충지 원주에 자리잡고 있는 한 일단 군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보아 필자는 1군측 입장을 수용한 김기열 시장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방이라는 국가 최대의 공익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며 국방문제는 좀더 넓은 안목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요즘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1군사령부 역시 나라를 지키는 특수 공공기관이다. 특히 병마의 고장 원주로서는 그 상징성과 함께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기관이다. 요즘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쏟는 노력에 비한다면 1군 측의 입장도 소홀히 취급해선 안 된다. 미군이 사용했었다는 이유로 반드시 민간에 이양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군이 인수해서 사용한다 해서 잘못되는 것도 아니다.
금년 초 동해시가 해군교육사령부 유치운동에 나섰던 사례를 보아도 군부대가 반드시 기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1군사령부가 한국전쟁이후 원주에 끼친 영향은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 NGO 간부가 “원주는 오랜 군사도시로서 전체 국민의 의무를 대신해 고통 받아 왔다”며 “아직도 옛날처럼 군이 제일인 군사시대인줄 아는가?”라고 하면서 “50년 간 도시발전을 막아오고 군사도시의 오명을 안고 살아 온 시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군은 물론 원주시민을 모욕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고 그러한 주장은 결코 캠프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군사시설 활용에 대한 찬성은 없고 반대 목소리만 큰 가운데 내린 김기열 시장의 판단을 필자는 지지한다.
다만 과거 원주의 변두리였던 캠프롱 일대가 원주 시가지 발전으로 도시계획과 상충되는 점이 있고 주변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을 1군 측이 충분히 이해하고 원주시와의 긴밀한 협조로 면적을 축소하거나 도시 미관 문제와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시책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군의 성숙한 면모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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