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원주시의회 사무국장)

오늘날 우리사회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디지털화 되어 가고 있다.

인간 본래의 가치와 의식은 물질숭배화, 향락화 되어 버리고 철저히 자기중심이 되어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메말라 버린 정신문화는 급기야는 사회질서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그로인해 사회악은 범람하고 정신문화의 지체현상까지 초래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정신적 갈등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인간성과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 의해 그 사람의 사람됨과 인간성 등을 평가하였지만, 지금은 디지털 상으로 말을 하고 생각을 보내고 글을 보낸다.

자판 찍는 속도에 의해 말(?)이 만들어지고 그 속도에 의해 상대를 평가한다. 탈 인본이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워터루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의 웰링턴장군이 전승축하를 하는 자리에서 어느 병사가 동료병사들이 손을 씻은 물을 음용수로 알고 마시자 모든 병사들이 비아냥거리고 있음을 보고는 “병사들이여! 우리 저 물로 전승의 축배를 들자”라고 하여 병사로 하여금 수치심을 면하도록 하였다. 이 말이 진정 입이 아닌 가슴으로 하는 말일게다.

악함을 듣거든 귀먹은 것처럼 하라(聞惡如聾), 선함을 보거든 목마른 것처럼 하라(見善如渴)는 말이 있다.  
웹사이트 상에 수없이 올라오는 말(?), 그 말들로 인해 인본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시비지심(是非之心)의 시기와 질투, 반목과 대립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는지.

향약의 근본은 정심수기(正心修己)에서 비롯되고 있다. 즉 마음을 바로하고 몸을 갈고 닦는다는 것이다. 디지털이 이를 대신할 수만 있다면….

현대인들은 컴퓨터와 휴대단말기, 그리고 MP3와 무선노트북 속에 끼워져 있는 손톱만큼한 작은 칩 하나가 인본까지 대신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위나라 ‘염 유’라는 학자는 서(庶),부(富),교(敎)의 가르침을 주장했다. 이 교(敎)의 원리는 곧 정심수기(正心修己)의 철학을 바탕으로 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향약의 기본개념은 향리의 자치를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서의 자치는 향리주민들이 이웃을 배려(care)하고 신뢰의 바탕 위에서 가능한 것이어서 인본의 중심 축상에서만 진정한 향리자치가 기능(機能)한다 할 것이다.

중국 북송말(北宋末)에 도(道)학자인 여 대균(呂 大鈞) 4형제가 고대의 이상적 사회를 목표로 향리의 주민들을 교화하고 권선상조(勸善相助)하기 위하여 입약하였던 것을 시원(始原)으로 한 향약(鄕約)은 인본주의 즉, 홍익인간의 이념을 구체화한 인륜도덕의 실천적 방안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향약은 고려말기 주자학 전래와 때를 같이 하고 조선조 성종 6년(1475년)을 기점으로 중종 대에 정부차원에서 논의되었으며 조선 선조 초기에 율곡의 서원향약과 해주향약을 비롯한 여러 향약을 중심으로 우리의 향약으로 정착을 보게 되고 민족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많은 영향과 사회교화 수단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의 기본정신은 정심수기(正心修己), 효애제가(孝愛齊家), 인보협동(隣保協同), 향리자치(鄕里自治)이며 향약의 실천덕목은 덕업상권(德業相勸:덕을 세우는 일은 서로 권장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 : 잘못은 서로 바로 잡는다), 예속상교(禮俗相交:예절과 미풍양속으로 서로 교제한다), 환난상휼(患亂相恤: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등 4가지 덕목으로 요약되고 있다.

덕목의 모든 것들은 따뜻한 가슴과 말로서 관계하고 있음이며 자판 찍는 속도에 의해 관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비지심을 올바로 알고 단절 없는 정심과 수기에서만 인본실천이 가능한 것이 현대사회에서 더더욱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지.

이제부터라도 행동방법을 리모델링하여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를 신뢰하며 말할 수 있는 그런 지혜와 슬기를 되찾자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진정한 향리자치, 즉 지방자치는 꽃을 피우게 될 것이며 진정 인본의 토대위에서 이기는 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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