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매우 중요한 행사임에도 장소를 원주로 택함으로서 그동안 도 단위 주요행사는 당연히 도청 소재지 춘천에서 열렸고 열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온 오랜 고정관념을 깬 행사였다. 특히 과거 대통령이 다른 목적으로 원주를 방문하여 몇 차례 지역인사 등과 대화를 가진 일은 있으나 이번처럼 원주에서 열린 도 단위 공식행사에 참석한 일은 유사이래 처음이니 원주로서는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토론회는 한마디로 기대에 못 미쳤다. TV로 생중계된 행사를 지켜보면서 필자가 20~30년 전 현역시절 취재차 관공서 행사에 참석하며 느꼈던 서열위주와 권위적인 관공서 냄새를 다시 맡는 기분이었다. 토론 내용도 ‘혁신 발전’이란 주제와 거리가 멀었다.
토론자들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이미 언론을 통하여 보도된 내용이거나 듣기에는 그럴듯 하나 실현성이 의문시되는 내용, 해당 관공서의 입에 맞는 내용, 그리고 혁신이라기보다는 지엽적인 개선안 내지 제안 수준의 내용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토론자와 사회자가 각각 지역혁신협의회를 위해 강원도가 많은 예산을 배정해 주었다고 금액까지 밝히면서 도지사를 추켜세우는 낯뜨거운 발언이 2번이나 있는 등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토론자의 한 사람인 연세대 윤형로 교수의 발언은 여러 가지로 음미할 필요가 있었다. 윤 교수 역시 무슨 혁신적 제안을 한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른 토론자와 달리 원주의료기기 산업을 일궈온 일선 현장 실무자로서 기술연구학자로서 또 의료기기 산업일꾼을 육성해온 교육자로서 지난 6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발언은 새겨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은 한 알의 씨앗을 싹 틔우며 일궈온 대표적인 내생적 지역특화사업”이란 말로 시작한 윤교수의 발언 요지는 특화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주체에게 권한과 자율을 주어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고 사업주체와 지원기관의 실명제를 실시하며 반드시 사업공과(功過)에 대한 사후 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발언 내용은 당연히 그랬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관의 간섭이 심각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참석 토론회를 보고 원주의료기기 사업은 처음부터 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부가 내생적(자생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며 성공 사례가 나타나자 관에서 이를 특화사업으로 추후 선정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강원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유일한 것이다. 이번 혁신발전 토론회에서 많은 방안이 나왔지만 오직 원주 의료기기 사업만이 실체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니 원주로서는 기쁜 일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관의 간섭이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부처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중앙부처는 오히려 의료기기 산업의 국가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중간 역할을 하는 지자체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 문제이며 일부 시샘도 있어 어렵다는 것이다. 윤 교수가 대통령 면전에서 관의 간섭 배제를 거론한 것은 그래서 더욱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특히 강원도 지자체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앞서 행사 장소가 원주로 선정된 것은 역사적 사건이라 했는데, 이와 관련 춘천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반응 기사가(도민일보 8/21) 실렸다.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도청 소재지라고 하여 모든 행사를 그곳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토론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이 강원도는 대형 공장이나 산업단지를 생각하지 말고 연구실 같은 소규모 공장이 제격이라고 혁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마도 답답한 마음에서 그랬을 것으로 생각된다. 옳은 말이다. 강원도 공직사회와 지도층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주민이 바꿔줘야 한다. 바꾸는 방법은 선거를 통한 주민의 선택으로 가능하다. 원주는 유권자가 가장 많아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강원도를 바꾸려면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하고 생각을 바꾸면 강원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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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