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민주노동당 원주시지구당 위원장)

“재벌은 틈만 나면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정부를 위협하지만 해외 이전은 재벌로서도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재벌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요구를 바꿨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기업도시의 배경이다.

전경련의 안대로 기업도시가 건설되면, 기업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는 비용의 태반은 국가예산에서 충당되고, 기업의 노동 통제는 현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화되며, 강동석 건교부 장관이 밝힌 대로 “개발이익도 어느 정도 인정” 되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지난번, 전경련 주최의 기업도시포럼에는 원주시를 비롯한 9개 지방자치단체가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업도시’의 핵심적 내용

▷기업도시 내 민간업자의 토지수용권 및 처분권 요구
▷자립형 사립고, 특수 목적고 설립조건 완화, 등록금 자율화 및 기여 입학제 허용 등
▷골프장, 의료기관 설립허용 및 법인세 인하
▷파견근로 제한폐지, 정리해고조건의 완화
▷출자총액제한 예외조치 및 부채비율 200%제한 조치 철폐와 법인세, 취득세 등 각종 조세감면

이러한 요구는 폭리취득의 특권, 노동 기본권 유린의 특권, 부동산 투기의 특권, 사교육을 통한 이윤창출의 특권 등 재벌에 대한 규제철폐와 무한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다.

잘못된 비교 숨겨진 속셈

전경련이 제시하고 있는 해외 기업도시의 모델은 일본의 도요타, 핀란드의 울루, 스웨덴의 시스타,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 폴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경련은 이들 기업도시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의 ‘합작’에 의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대학 병원 연구소 등과 같은 공공기관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해 ‘자족형 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경련이 계획하고 있는 기업도시와 외국의 ‘기업도시’는 설립배경에서부터 취지가 전혀 다르다. ‘기업도시 건설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특정 기업이 한 도시의 산업과 인프라시설까지 설립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적으로’ 갖고, 출자총액제한 제도, 파견업종 제한 완화 등 각종 법적 규제를 완화해주는 기업도시를 외국의 기업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용창출 효과 거의 없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1천만평 규모의 기업도시를 건설하면 약 3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500만평 규모의 기업도시를 건설하는 경우 28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며 취업자가 3년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도시의 건설로 새로운 산업이 건설되기 보다는 이미 계획된 산업이 입주하거나 관련산업의 부품기업, 협력기업 등이 입주하여 국가 전체적으로는 기존 지역에 있는 기업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효과만 기대가 가능하다.

또한, 창출되는 일자리의 성격상 첨단제조업 시설 건설의 특성상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므로 기업도시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는 주로 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생하여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은 단순 노무직의 고용에 그쳐,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의 희생의 대가로 대기업만의 초과이윤을 보장받으려는 전경련의 기업도시는 전면 폐기되어야 하고, 오히려 공동화되어 가고 있는 지방공단과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산활동의 중요한 세력인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안전한 노동권과 생활권의 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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