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는 사람중 원주에서 옻칠을 하는 선배가 있다. 이 선배는 먹고 사는 일이 옻칠이다 보니 하루 종일 옻칠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운 선배인데 같이 차를 마시던 중 핸드폰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며칠 내로 요금을 내지 않으면 전화가 끊길 거라는 전화였다.
그 자리에 있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던 나는 씁쓸한 생각을 가지고 자리를 뜬 적이 있다. 이것이 우리 지역 문화인들의 현 주소이다.
필자가 강원 문예진흥기금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을 안 것이 1997년이었고 밤 새워서 몇 가지 종류의 사업을 만들어서 발송했던 기억이 있다. 열악한 문화의 환경에서 문예진흥기금(이하 문진금)은 정말로 소중한 역할을 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올해도 역시 심사를 하였고 약 7억9천500만원이라는 기금이 나누어 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자비와 기금을 나누어서 사용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어쩔 수없이 문화 현장 일을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또 한번의 안타까운 일을 하게 된다.
핸드폰 요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기금에다가 자비를 보태서 행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협찬이다, 뭐다 이래 저래 쫓아 다니게 된다. 그래도 이 분은 명색이 강원도 무형 문화재라는 사람이다.
지금부터 기금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자. 문진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고 마찬가지로 최대의 수혜자 역시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투자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인데 투자가 부실한 것이다.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몇 십 아니 몇 백억의 돈을 투자해서 건물을 짓고 기계를 들여오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갖가지 세제혜택을 준다.
그러나 문화행사에 100만원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문화인들이 해당 사업에 몇 년 동안의 공을 들여 그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을 해야만 한다.
1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아 내기까지의 몇 년의 과정은 다 노력봉사인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한테 돈을 벌지 못하고 2년 이상 장사를 하라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장사를 할까?
두 번째로는 예산의 집중화에 대한 문제이다. 약 8억이라는 돈을 가지고서 485건으로 나누고 1건당 평균 약 163만원이 지급이 된다.
물론 그 정도 돈으로 소소한 행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내실있는 문화 행사는 요원한 일이다.
가능성 있는 사업에 대해서 예산을 집중하고 그 사업이 지역민들에게 진정으로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심사제도에 대한 문제이다. 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사업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심사는 단 하루 만에 끝난다. 각 전문 분야당 3~5인의 심사위원이 단 하루 만에 100건 이상의 행사를 심사하는 것이다.
건설공사에서 감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비새고 벽이 갈라져서 결국 무너지고 마는 건물이 생겨나듯이 문화 또한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실한 문화행사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전적으로 부실한 문화행사를 하는 문화인들을 탓한다기 보다는 그렇게 되어 있는 제도를 먼저 바꾸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사실 문화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을 문진금으로만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꿈같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독일의 한 유명한 작곡가-그것도 한국인-집 옆으로 고속도로가 나게 된 것을 그 작곡가의 건의로 고속도로가 우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전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을 해야하는 때가 오지 않았는가라고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지난 선거에서 모 정당의 공약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보면서 문화 또한 “무상 문화”를 부르 짖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최낙윤 (민예총 원주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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