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순
생명교육연구소장
흔히 21세기를 영성의 시대 또는 생명의 시대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근간에 생명에 관한 논의가 여러 분야에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이 시대가 반생명적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생명’을 이 시대의 화두로 삼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인류를 생명의 위기로 내몰았는가? 그것은 인류자신이 만든 두 가지 강력한 이념적 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공산주의요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입니다.
세계를 지배해온 이 두 가지 이념의 암초에 부딪혀 지구라는 생명의 배는 표류하고 있습니다. 희망의 섬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입에 삼길 듯한 거친 파도에 이미 반은 기울어 서서히 침몰해 가는 타이타닉호가 바로 오늘날 지구생명체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산주의는 이상적이나 현실적이지 못하고 자본주의는 현실적이나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류는 명확히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이념의 지배아래에서는 인류공생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역사의 흐름 속에 그 중 한 가지는 거의 폐기처분되었으며 맘껏 기승을 부리는 남은 한 가지도 곧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될 정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양자의 틀을 넘어선 제3의 대안적 패러다임은 무엇일 수 있는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보장하는 새로운 세계이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생명주의’로 표현될 수 있겠습니다. 공산주의가 다양성을 무시한 채 통일성을 추구하고, 자본주의가 통일성을 간과하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데 반해, 생명주의는 ‘다양성의 통일성’을 표방합니다.
공산주의가 전체주의 또는 획일주의로 귀결되고 자본주의는 개체주의 또는 분리주의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주의는 음양의 변증법입니다. 따라서 생명주의의 이념은 ‘흩어져서 하나로!’로 집약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현상적으로 구분되나 본질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르지만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異而不二). 따라서 생명주의의 내용은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이다>는 명제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유기체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섬기고 모시지 않으면 살 수 없도록 운명 지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생명주의는 21세기의 모든 인류의 삶의 지침이 되어야 합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모순적 이념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적 세계이념으로 정립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의 상생이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생명주의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적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제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이 교육되어져야만 합니다.
지금껏 우리의 교육은 생명의 본질, 이치, 원리, 질서에 대한 총체적, 통일적 인식이 결여된 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자본주의 이념이 결합된 생물학적 관점에서 생명을 이해하는 편협한 교육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생명의 관계를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경쟁의 논리로만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규정하고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실이 진리인 것처럼 인간중심적인 생명관을 가르쳐 왔습니다. 이것은 명백하고도 심각한 교육의 오류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범죄중의 가장 큰 범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로 인해 생명세계는 대혼란이 야기되었고 생명의 본질은 왜곡되었고 생명의 질서는 파괴되었으며 생명의 조화는 깨졌고 생명체와 생명체 사이의 평화는 금이 갔으며, 결국 인간이란 한 생명체에 의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공멸의 벼랑에 서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교육은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될 위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공멸의 벼랑에서 벗어나서 공생의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입니다.
이제 무한경쟁의 시대를 무한협력의 시대로 바꿀 수 있는 ‘생명주의’ 이념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논의되고 교육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명교육연구소는 이제 세 가지 활동소명을 품고 문을 열었습니다. 첫째는 인류 상생의 이념인 ‘생명주의’를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일이며, 둘째는 이러한 생명주의 이념을 널리 확산하는 생명교육 시민운동이며, 셋째는 생명주의 이념에 입각한 생명인을 양육하는 생명학교설립이 그것입니다.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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