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문<전 원주MBC 보도국장>


학생 유치경쟁 나선 지역대학을 보면서



원주시는 강원대학교 향토학사(춘천기숙사)의 금년 입사생을 선발 발표했다. 선발된 입사생은 원주시에 거주하는 춘천지역 소재 대학 재학생으로 춘천교대생 1명과 19명의 강원대생등 모두 20명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값싼 향토학사 입사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강원대내에 있는 향토학사 건립시 원주돈이 무려 10억원이나 지원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초 원주시는 정식 예산에서 알돈 10억원을 지원하려했으나 원주시 의회가 제동을 걸어 시예산의 직접 지원이 무산됐다. 그러나 원주시 금고 대행 은행인 농협원주시지부가 그 돈을 대신 납부했다. 그럴듯한 명분을 들어 농협이 거금을 대신 납부한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은 실은 원주시 예산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시금고인 농협이 그만한 이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의 연간 예산 약 3천억원이 농협구좌를 통해 들락거리는 과정에서 항상 원주시의 보통예금 통장에는 평잔이 수십 내지 수백억원 대로 남아있게 된다. 이 돈이 농협으로서는 수익의 효자요 큰 이권이 된다. 은행은 금리가 가장 싼 보통예금이 많을수록 좋다. 보통예금은 사실상 금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돈이 100억대라면 대출금리를 8∼10%로 계산해도 얼마나 큰 이권인가를 금새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모은행이 시금고를 농협에서 자기은행으로 이전하기 위해 일부 시의원들을 앞세워 피나는 유치운동을 벌인바 있으며 이때 거론된 것이 시금고의 은행 이자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폭로한 것이었다. 이는 시금고 유치를 위해 은행 자신들의 약점까지 노출시킨 것으로 시금고가 얼마나 큰 이권인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결과는 농협이 판정승을 거두어 현재 그대로 존속되고 있는데, 농협이 향토학사 건립비를 대납하면서 그 문제는 조용해 졌다.


필자가 앞서 원주돈 이라고 한 것은 그것이 정식 시예산은 아닐지라도 결국 시민에게 좀더 요긴하게 쓰여질 수 있는 돈이었는데 강원대학교로 갔다는 뜻이며, 더 큰 문제는 지방화를 항상 강조하면서 지역소재 대학은 지원하지 않고 원주지역 대학과 경쟁적 관계에 있는 타지역 대학에 거금을 희사했다는 점이다.


근래 지역소재 대학의 발전이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이 중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10억원이란 그 돈은 아깝고 조금은 분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농협이 거액을 대납 한 것은 원주시의 사주를 받은 것이며 도내 타 시·군은 원주와 같은 반발도 없이 정식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여 이른바 50억원대 규모의 강원대 향토학사가 지어진 것이다.


물론 10억원을 분담한 대가로 원주출신 학생 20명을 원주시가 선발하여 입사시킨다는 등 몇 가지 이유를 대고는 있지만 그 돈이라면 30여평 짜리 아파트 10채를 구입하여 최소 50여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나중에 타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재산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대학이 잘돼야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대원칙을 져버리고 당시 강원대와 춘천지역의 강력한 로비에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정식 예산안에 편성까지 했다가 의회의 제동으로 좌절되자 다시 편법을 동원하여 농협으로 하여금 대납토록 함으로서 아까운 실탄 원주돈을 경쟁 상대편에게 넘겨주는 우를 범했다는 점이다. 대입 등록철인 요즘 도내 모든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학생이 모자라는 현실에서 대학의 경쟁력 제고가 새삼 강조되는 시점이다. 특히 대학의 기숙사 시설은 학생을 유치하는데 매우 중요한 경쟁자산이다. 그런데 원주지역 대학 현실은 어떤가? 연세대 원주캠퍼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의 기숙사 시설은 초라하다. 심지어 기숙사가 전혀 없는 대학도 있다.


향토학사 지원금은 당초 1997년 말 민선1기 원주시장 때 처음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 몇 차례 좌절되고 2001년 민선2기 시장 때 농협에서 대납했다. 과거 임명제 시장도 주저할 사안인데 왜 민선 시장들 시절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안타깝고 민망스럽다. 지방자치는 시장과 시의원을 시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출된 사람들이 보다 넓고 깊은 안목을 가지고 주민의 편에서 각자 제 몫을 제대로 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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