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을 내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대부분은
자신도 쪼들리며 남을 돕는 것을 보게된다


유광수
원주시 사회복지협의회 감사


필자는 근래에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의 감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난 일년간의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살림살이를 요목조목 살펴보고 새해에 펼칠 각종 사업들을 점검해 보는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은 별로 여유롭지 못하면서도 기꺼이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정다운 모습들을 보며 가슴 뿌듯한 감동을 받기도 했으며, 반면에 마음 한구석으론 씁쓸함과 아울러 허전한 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무보수로 봉사하시는 김대호 협의회장님을 비롯하여 박봉과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해온 실무자 여러분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


또한 본인도 여유롭지 못하면서도 나보다 못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 생활비를 쪼개어 성금을 보내 주시거나 바쁜 시간을 쪼개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을 보살피고 돕는 일을 꾸준히 해 오시는 적잖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상을 보면서, 그런가하면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에도 정년퇴직을 하신 할아버지께서 매월 수 십 만원의 성금을, 또 어떤 공무원은 박봉을 쪼개어서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송금을 해 주시고, 그 외에도 조금씩 때론 부정기적이나마 용돈을 아끼어 성금 해 주시는 분들의 기부행위를 보면서 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소수의 사람들로 인하여 엄동설한에도 따듯한 세상을 맞을 수가 있구나 하는 가슴 뿌듯한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소외되고 차별받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감싸 안기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기부행위에 대한 인색함은 너무나 아쉬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정치판에는 차떼기로 갖다 주면서 정작 생색나지 않는 음지에는 단돈 몇 푼도 인색한 우리나라의 사회 풍토에 대해서 원망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의 엄청난 이익금을 서울로 싸 짊어지고 올라가는 대형 유통업체들이나 골프장을 포함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단돈 몇 십 만원의 사회복지 성금을 요구하면 문전박대하기가 일쑤라니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기부와 자원봉사라는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의 98%가 매년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고, 그 금액은 1인당 연 평균 70만원 정도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30%도 채 못 되는 인구가 기부에 참여하고 그나마 종교기관을 제외하면 16.3%에 그칠 정도이며, 연 평균 기부액은 10만원이 채 못 된다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기부문화 확산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유에는 경제의 어려움도 있지만 그 외에 기부문화 확산을 막는 걸림돌로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 여전히 남아 있고,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미흡한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성금을 보내 주거나 남을 돕는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본인도 별로 여유롭지 못하면서 쪼들리는 생활비 속에서도 틈을 내어 쪼개고, 쫓기는 시간 속에서도 절제 있는 생활을 통해 남을 돕는 일에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한해와 같이 불경기 속에서도 태풍 매미의 피해 때 유난히도 많은 성금들이 답지했고,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 비율은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보전에 역주행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오히려 이런 기부행위에는 인색하다는 것에 대해서 대오 각성을 요구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을 쓰는 길을 그들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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