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면 용암리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정모씨(43)는 웅덩이를 들여다보며 물이 고이기만 기다리고 있다.
경운기 모터를 이용해 2시간 정도 논에 물을 대고 나면 웅덩이 바닥이 드러나 다시 물이 고일때까지 반나절 정도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



최악의 가뭄 힘겨운 농민들



고생스럽더라도 물을 대주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뒤돌아서면 야속하게도 강한 햇빛과 건조한 바람때문에 금새 말라버려 허탈해진다.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나을것 같아 하루종일 매달려있다.


귀래면에 사는 김모씨(56)도 안타까운 상황은 마찬가지. 산비탈에 만들어진 계단식 논중에 가장 아랫쪽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물이 부족해 아직 모내기를 못했다.

인근에 있는 관정에서 위쪽 논부터 물을 대주다보니 김씨의 논에는 아직 물을 채우지 못했다. 이제나 저제나 비가 올까 기다려온 김씨는 이번주중에 논을 갈아엎고 벼대신 콩을 심을 생각이다.


김씨는 “이미 모내기를 한 논에도 물이 자꾸만 말라버려 제대로 자랄지 걱정”이라며 “3~4일 더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올해 벼농사는 포기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상최악이라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논과 밭에 물을 대려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바닥을 드러낸 하천과 물이 줄어드는 관정을 보면서 농민들은 마음까지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하루에 3~4개씩 관정을 파고 있지만 물이 제대로 나오는 곳이 없어 아무리 멀어도 물이 있는 곳이라면 호스를 연결해 물을 끌어댈 상황이다.


물을 대기가 힘들어지자 마을마다 물을 가운데 놓고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호저면에서는 용곡리 주민인 조모씨(70) 부부가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자 마을 청년들이 대책을 논의한 끝에 물대기에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주민들은 마을에 있는 경운기 5대를 모두 동원했고 호스를 연결하며 1.5㎞이상 떨어져 있는 조씨 논에 물을 대줘 10일 모내기를 마쳤다.

원주시관계자는 소형관정 뚫는 작업에 전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 많다면서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지하수 수위가 더욱 낮아져 논밭에 물대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포기라도 살려볼 생각에 물대기에 안감힘을 쏟고 있는 농민들은 비가 내리지 않는데 누구를 탓하겠냐며 대책없이 마른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함미선 기자>  msha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