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변화된 안보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스스로 지칭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미국의 국무부 아미티지 부장관이 한국을 다녀갔다.


한국 정부는 아직 뚜렷하게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다
. 그러나 아미티지의 방한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미국이 겉으로 내세운 방한의 기본적인 성격, 즉 긴밀한 한-미 관계를 기반으로 한 대북문제의 공조체제 유지와 미사일 방어 체제에 대한 한국의 ‘동의’를 구한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그것은 먼저 미국이 ‘동의’를 구한다고 하지만 이제껏 한미 관계에서 저자세를 유지했던 한국 정부가 과연 미국의 ‘동의’를 구하는 ‘요구’에 대해 우리 국익을 반영한 자주적인 판단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현재의 강경한 입장을 유지한다면 결국 미국과의 대북문제 ‘공조’란 말만 ‘공조’가 될 뿐 미국 입장을 그대로 반영할 수 밖에 없고 남북 관계는 크게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에 대한 ‘동조’를 사실상 강요 받고 있는 한국 정부의 선택은 난감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가 특별히 동북아시아를 겨냥하여 한미일 군사 동맹의 수준으로 발전 할 때 그에 맞서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군사 동맹을 부추길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가장 긴장이 고조되고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일 것이 분명한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아무리 대미 저자세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입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한반도 문제를 해결 하는 핵심 과제는 남한 정부가 미국의 ‘동조’요구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남북관계 개선과 대 동북아의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 중국등과의 ‘새로운 공조’ 체제를 마련하느냐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남북관계의 큰 성과는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었고 우리는 간절히 그런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금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에 대한 공조 요구는 오히려 한국 정부가 새롭게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재 구축은 기술적으로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고, 미국의 독점적 군사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어느 나라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고(심지어 일본에서도), 특히 동북아의 긴장을 더욱 고조 시킬 것이며, 향후 남북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국민적 지지와 이해를 구하고 다른 한편 지난 해의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국제 사회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적극적 평화 통일 전략을 수립하고, 대 동북아시아와의 새로운 공조틀을 마련한다면 이번 기회가 오히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지향하고 선택할 길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군비경쟁이 아니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전략인 것이다.




이 우 갑

천주교 정의평화
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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