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호(민예총 원주지부장)


자본논리에 따른 입찰 방식 개선돼야

지난 7월 (구)판대분교 입찰결과가 나왔다. 두 단체가 경선을 하였는데 입찰과정에서 생겨난 해프닝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내용인즉, 글로리 하우스라는 회사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원주지부(이하 민예총)가 경선을 하였는데, 입찰임대료를 우리민예총은 800만원을, 상대 회사는 801만원을 각각 제출하여 글로리 하우스에게 낙찰이 되었다. 우리는 심한 혼란과 충격을 받았다.


지역에서 어렵게 자신의 예술적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만날 때 그 지역문화의 꽃이 만개를 한다는 것은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어느 누가 들어도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명분과 정당성을 가지고 입찰가의 최하한선을 정해서 갔었고 1만원이라는 차이로 입찰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은 현장 교육과 문화 예술이라는 것을 자본의 논리 경쟁의 논리에 맡기자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교육기관에서 관리하는 건물이 아파트 공사나 부동산 매매하듯이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경매장에서 물건 팔듯이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순간적인 분노도 치밀었으나 웃으며 악수하고 뒤돌아서는 마음에는 씁쓸함을 넘어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자, 그간 입찰과정에서 느꼈던 점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폐교대상지가 단순공개입찰을 하기 전에 교육기관으로서의 연속성과 내용성을 갖춘 지역의 기관과 단체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연속성으로 보면 좋은 의미의 대안학교나 지역주민사업을 위한 교육, 또는 문화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때 이를 준비하는 단체는 목돈마련이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이런 단체에게 학교건물뿐만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자재와 폐교대상학교에 지급되는 운영비만 있어도 충분히 의욕을 갖고 일을 풀어나가리라 본다.


그런데, 이런 일차적인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단체나 기관의 조사, 연구 없이 무조건 공개입찰만이 능사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 공개입찰이라 하더라도 그 입찰기준이 자본의 논리에만 따른다는 것이다. 현재 있는 입찰공고문에 따른 입찰기준은 임대료를 무조건 많이만 내면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사업계획서)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최고 낙찰 가격만 따지는 것이다.


적어도 입찰 가격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여기에는 단체에 대한 신뢰도 그 동안의 사업실천의 성과, 교육적 가치에 대한 전망, 해당지역 주민들의 충족도 등 폐교가 공공성과 사업성으로 진정 활성화될 수 있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입찰에 따른 조례가 있다면 이것부터 수정되어야 한다.


셋째, 위의 것과 연관되어지는 것이지만 심사과정이 신중하게 처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입찰기간 마감과 낙찰시간의 차이가 두 시간밖에 안 된다는 것에 매우 의아해 했었는데 결국은 충분한 심사시간이 되지 못하였고 심도 있게 심사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낙찰시간에 이르러 우리는 여러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심도 있는 토론으로 공정하게 점수가 매겨져 낙찰을 결정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그 생각은 교육청 문을 들어서는 순간 금이 갔었고 교육청 직원의 “둘 중에 최고입찰 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낙찰됩니다”는 그 한 마디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입찰가격을 제시한 조건 외에 다른 조건과 요소를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는 현장 교육에 관심 있는-특히 폐교대상학교- 사람들을 심사위원들로 채택해 그 분들로 하여금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검토할 수 있게끔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우리 나라 현장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외 다른 문제들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우리 나라 교육의 미래를 내다보며 교육현장에서 만큼은 진정으로 교육적 부가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인재양성과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소신을 밝힌다. 더 이상 문화 예술과 현장 교육이 돈에 이끌려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에….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