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거리사랑촌에서 인생 마감한 할머니를 회고하며


저와의 인연이 갈거리사랑촌 12년을 포함해서 14년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처음부터 여기서 뼈를 묻겠다고 오셨고, 자주 그것을 저에게 확인하셨죠. 그리고 당신이 돌아가시면 화장을 해서 한 많은 자신을 이 세상에서 없애 달라고 했습니다.


젊었을 때 일본에서 살아도 보고 결혼하여 이혼도 해보고, 식당도 해보고 또 사찰에서 많은 날들을 살아보며, 평생 어려운 시간들과 싸우며 보내야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성격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여 괴팍하고 입이 거칠 수밖에 없었죠. 사랑촌 집에서 정신이 모자라는 봉순씨와 그렇게 때리며 싸웠고 옆방 문막할머니와 또 심하게 다투어 헤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만성천식기관지염, 갑상선기능항진증,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지병이 많으셨지만 86세의 천수를 다 누리셨습니다. 관절염으로 10여 년을 앉아서 지내야 했고, 박스 종이를 깔고서 밖에 나와 여기 저기를 기어다니기도 하셨죠. 성모상에까지 올라 와 기도하며 풀을 뽑기도 하고, 봄·가을 어느 날 따스한 햇빛을 쪼이고 계신 할머니 모습을 이젠 볼 수가 없어졌군요. 저는 할머니의 그런 모습에서 할머니의 지나간 인생 나날들을 혼자서 읽어보려고 하였답니다.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도 혼자서 고민하기도 하였죠.


한 달에 한번씩 드리는 작은 용돈들을 꼬깃꼬깃 모았다가 나에게 사업 번창하라며 다시 주시기도 하고,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가끔 지적해 주곤 하실 정도로 저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시기도 하였답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저에게 수면제를 얻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나에게 귓속말로 몇 알을 모았다가 먹고 죽겠다고 하셨죠. 살이 빠져 뼈만 남은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남에게 소·대변, 목욕 등의 도움 받는 것이 싫어서 그러시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민도 했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자존심이 강하셨죠.


저에게 할머니는 안락사를 생각하게 하여 인간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워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지금도 수면제를 달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저에게는 회초리가 되어 들리고 있답니다



할머니


이곳에 오시기 전에 가졌던 여러 가지 모든 원한

그 동안 집에서 가족들과 다투었던 모든 일

더 이해하고

따뜻하게 도와드리지 못했던

저의 잘못 모두 이해하시고

괴로웠던 이 세상 모든 일들을

할머니 말씀대로 훨훨 날려버리시고

편안히 하늘나라에 가시기 바랍니다.



할머니가 가시던 날 2003년 8월 3일 일요일

갈거리사랑촌에는 환한 불이 켜졌습니다.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인도하는

이곳 가족과 봉사자

천사들의 모습들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장례미사에는

신부님의 지도로 할머니의

한 많은 세상을 마감하고

천국에 들어가심을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어렵게 사셨지만

행복하게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곽병은 갈거리사랑촌 원장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