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 호 (21세기 농촌선교회장)

제17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가 9개월 여의 기간을 앞에 두고 있다. 벌써 무슨 총선 얘기냐고 하실 분도 있겠으나 총선에 뜻을 둔 사람들은 레이스를 이미 출발한 상태이다. 이창복 현 의원, 함종한 전 의원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주자들이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 알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러거나 말거나 먹고살기 바쁜데 그때 가서 보자”는 마음이 지배적이리라.


정치란 도대체 무엇인가? 내 생활과 직결되어 있으니 무관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서 무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치가 좀 재미있어졌다. 3김 시대 내내 끼어있던 정치혐오증의 먹구름이 지난 대선을 계기로 서서히 걷히면서 말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정치의식의 변화와 표출은 괄목할 만하다. 소위, P세대로 일컬어지는 그들은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n), 뜨거운 열정(Passion), 잠재적인 힘(Power)을 바탕으로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1987년도 6월 민주화 항쟁을 통해 분출된 젊은이들의 역사변화를 향한 에너지와 경제성장을 통해 얻어진 민족적 자긍심, 그리고 월드컵 4강 진입에 열광적으로 동참하면서 얻은 자신감등이 바탕이며 이것은 지난 대선을 통해 정치공간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였다. 지금 그 에너지는 효순, 미선 두 여중생의 참사로 손상된 민족 자존심 회복을 위한 촛불시위를 통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열어가는 초입에 살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paradigm shift)라고 한다. 과거 우리의 삶을 지배해왔던 가치관, 세계관이 차원을 달리하여 변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이 패러다임의 변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역동적 사건들은 우리 민족의 세계적인 도약을 꿈꾸게 해준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지난 2000년 총선 때의 상황과 또 다르다. 앞서 열거한 사건들을 통하여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되었다. 이 정치지형은 단순한 표심 현상의 변화가 아니다. 권위주의적 독재정권과 왜곡된 정치구조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박탈당한 채 무력감에 빠져있던 수많은 건강한 시민들이, 새로운 정치문화형성을 염원하는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그린 것이다.


그것은 정치문화가 주민자치, 주민참여, 주민협동의 메카니즘에 의해 새로운 차원으로 형성되어야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전환시대의 정치인은 바로 이 시대적인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몸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은 시대정신을 체득한 젊은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적인 젊은 시민들 중심의 주체세력화가 필요하다. 이제 원주지역의 정치판을 바꾸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구태의연하고 노쇠한 정치인은 물러설 때가 되었다. 학연과 지연, 돈에 의지하는 정치인, 지역주민의 정당한 의사에 반(反)하는 일을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거리낌없이 행하는 사람, 민주의식이 결여된 사람, 2000년도에 국민들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전개한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으로 떨어진 후 그 분풀이로 형사, 민사상의 고발을 일삼은 협량들, 굵직한 사안들을 자신의 인맥과 권력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지역정치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깨닫고 후배를 양성하고 뒷받침하는 선배의 자리로 명예롭게 퇴진해야 한다.


“항상 지도자보다 민중이 훨씬 더 현명하고 용감하고 예감과 관용에 넘치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는 김지하 선생의 진단은 오늘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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