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상지대 교수)

한국민주화운동역사 원주전시회 추진위원장



민주화 운동역사 원주전시회를 개최하며

해방 후 민주주의 발전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


민주화운동은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추상적인 외침이나 시위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및 사회 각 분야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제거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생활운동이다.


따라서 민주화운동은 정치적으로 개혁적 정당을 지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적 실천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반독재민주화운동에 관한 한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가 영호남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4월혁명의 줄기를 자르고 등장한 군사정권은, 이후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최저의 임금·최장의 노동시간·최악의 노동조건을 만들어 냈다. 또 이를 지탱하기 위해 해마다 계속되는 농산물파동과 저농산물가격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수많은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의 저임노동자가 되었다.


대중의 빈곤과 기본권 억압에 대해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몸을 던져 저항하였지만, 중앙정보부의 창설, 3선개헌, 10월유신, 긴급조치, 국가보안법, 노동법개악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억압기구를 만들어 민중들의 요구를 봉쇄하였다.


이러한 폭압정치와 대중궁핍화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운동을 전개한 곳은 원주가 유일했다. 원주의 민주화운동을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우선 65년 대일굴욕외교에 항의하는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시위가 4월 2일 전국고교 최초로 전개된 바 있다.


1971년 10월에는 원주에서 시작한 부정부패척결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이를 계기로 JOC의 활동이 활성화되어 1970년대 한국노동운동의 명맥을 이어갔다. 1972년 겨울에는 연극 ‘금관의 예수’가 원주에서 초연되었다.


1974년 9월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원주에서 결성되었으며, 1975년 2월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지학순 주교를 맞이하러 1만여 명의 시민들(당시 원주인구 13만명)이 시내거리를 가득 메운 것은 원주 민주화투쟁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지학순 주교와 장일순 선생의 지도 아래 가톨릭농민회를 비롯한 각 부문의 활동이 가장 선진적으로 이루어진 지역이었다.


이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뜻 있는 젊은이들이 속속 원주로 집결하여, 1970년대 원주는 그야말로 민주화의 성지라 이름하여 부족함이 없었다.


원주의 민주화운동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되었다. 1982년 3월에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과 최기식 신부 구속사건이 있었다. 1983년 8월에는 농협조합장 직선제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선도하기도 했다. 이후 원주는 생활협동조합운동과 생명운동의 진원지가 되었다.


87년 6월항쟁에서 원주시민들은 매일같이 시내거리를 가득 메웠었다. 89년, 전교조 건설투쟁 당시 서재일 목사등 기독교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국최초의 전교조시민대책위가 만들어진 바 있다.


그리고 1992년의 상지대학교 민주화운동! 교수와 학생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서 무려 331일간 철야농성을 하여 부패재단을 몰아냈던 이 투쟁은 부패사학에 맞서는 전국의 교사·교수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원주의 운동은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다.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던 2001총선연대 활동이 있었고, 끈질기게 지속하고 있는 고교평준화추진운동은 전국 주요지역에 파급되고 있으며, 교육부가 정책을 바꾸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미군부대 기름유출사태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끈질긴 시위 끝에 미군측의 사과와 보상을 받아내어 소파개정운동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사실 원주는 빛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통일신라 말 양길이 원주에 있었고, 미륵사상의 궁예도 초기 치악산 석남사에 본부를 두었었다.


고려조 말에는 치악산 영원산성에서 거란군과 몽고군을 격파하였으며, 임진왜란에서는 역시 영원산성에서 왜군에 대승을 거둔 바 있다. 구한말에는 수많은 항일의병운동의 지도자를 배출하였고, 원주진위대의 민긍호 부대가 의병의 무력중심이었다. 조선후기에는 사회개혁을 외치는 실학파들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군사정권 아래서 그 힘있는(?) 영호남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역사의 도시 원주에서는 지각 있는 시민들이 하나되어 민주화운동을 끈질기게 계속했다.


인구 수가 아니라 사회발전에 대한 구체적 기여로써 지역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해방 후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최대로 기여한 지역은 원주가 틀림없을 것이다.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사가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