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교원인사가 발표되고 나서 얼마안돼 신문사로 한장의 성명서가 도착했다.
모여고의 총동문회와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공동명의로 작성된 성명서에는 교장 인사와 관련해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의 골자는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교장을 다른 학교로 전출시킨 것은 전형적인 논공행상 인사라고 비판하고 원인무효를 주장했다.

시민단체등에서 성명서를 내는 일은 흔하지만 일선 학교의 학부모와 학운위, 동문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이번 강원도교육청 인사가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이었고 성명서를 제출한 모여고는 특기적성교육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학교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며칠뒤 학교는 잠잠해졌다.
부당한 인사라며 원인무효를 주장하던 학부모들은 ‘대학진학률 제고, 학력수준 향상’이라는 두가지 대답을 듣고서 오히려 성명서를 원인무효했던 것이다.

결국 고3은 밤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나머지 학년에 대해서는 9시까지 자율학습을 강행키로 결정한 것이 이번 성명서의 결과물이었다.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 모두가 밤10시나 심지어 12시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우리애가 다니는 학교만 교육부가 요구하는 교육안에 맞출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원주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여고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보면서 그 비교우위를 위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의 희생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봤다.
결국 그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학생들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밤10시까지 딱딱한 책상과 씨름을 해야한다.
올해 전교조 원주·횡성지회는 올해 사업목표를 고교평준화 실현으로 정했다고 한다. 비교우위에 서려고 딱딱한 책상에서 12시간 이상을 보내는 것보다 서로 모두 같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적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전교조의 평준화 이유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다른 학교가 모두 자율학습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도 한다는 식의 논리속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감정과 적성이 메마른 공부기계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류호준 기자  hjryu@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