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여류시인 박죽서, 김금원 원주출신 … 여성문학회 발전 기대

우리나라 문단에 조용한 변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남성 일변도였던 문학풍토가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무너져서 이제는 여성 우위쪽으로 기울고 있다. 각종 베스트셀러의 작품이 그렇고 유명한 문학상의 수상자가 그렇고 신인 등용문까지 여류문사들이 앞서고 있다.


특히 2003년 각 신문 신춘문예등단작가의 2/3가 여류들이란 것은 참으로 놀랄만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옛날보다 여권이 많이 신장돼 있고 각 분야에 여성의 참여도가 높아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나, 더 큰 이유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 뛰어난 감성이 작품 속에 무르녹아 독자의 공감대를 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또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강원도 문인협회에서도 이제 새롭게 강원여류문학상을 신설하여 올해부터 수상하기로 하였다. 이에 보조를 맞추기라도 하듯 원주에도 여성문학회가 탄생되었다. 지난 4월 중순 권순형 시인과 이창희 시인을 주축으로 하여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10여명의 여류문학사들이 모여 창립총회를 하고 사업계획을 확정하였다.


춘천이나 강릉에 비해 10년이나 늦게 발족했지만 열정과 각오면에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회원 각자의 피나는 연수와 여성문인 인구의 저변확대 그리고 문학이 사회에 주는 순기능에 대해서 특히 마음을 쓰겠다는 권순형 회장의 각오를 들으면서 여성문학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원주가 타 도시에 비해 여성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흔히 말하기를 원주는 여성문학 불모지가 아닌가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우리나라 여성 문학의 모태가 바로 원주라는 점은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문학 동아리는 조선 순조와 현종때 여류시인 5명이 만들었는데 그 멤버들은 김금원, 박죽서, 김운초, 김경산, 김경춘등의 여류 시재들이었는데 그 중 김금원, 박죽서, 김경춘, 3인의 시인이 원주 출신 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 아닌가 특히 김금원은 순조 30년 14세가 되던때 남장을 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풍류적인 기행시를 써서 유명하며, 허난설헌과 쌍벽을 이루는 박죽서는 10세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창 밖에 우는 저 새야, / 어느 산에서 자고 왔느냐,

너는 아마 산 중 일을 알겠지 / 진달래꽃은 피었더냐 안 피었더냐.

그 후 또 그가 원주를 떠나 서울로 시집을 가서 원주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모춘서회’는 원주 사랑의 마음을 알게한다.


꽃 떨어지는 날씨 첫 가을 같아 / 고요한 밤 은하는 흐를듯이 맑아라

한스럽구나 이 몸은 기러기 보다 못해 / 해마다 님 계시는 원주에도 못 가네.


박죽서는 이 외에도 주옥 같은 시 179편을 후세에 남겨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원주에 이와 같은 천재 여류시인들이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점에 대해 우리 원주에 사는 사람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찾아보면 옥이 땅에 묻혀 있는데 우리는 그냥 관심 밖으로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강릉에 신사임당이 있다면 원주엔 임윤지당이 있고, 허난설헌이 시재를 드날린 여류시인으로 추앙 받는다면 원주엔 김금원, 박죽서, 김경춘이 부각 되어야 한다. 이제 이 모든 일들은 우리들 몫이다. 원주 사람의 의미는 원주에서 태어난 사람, 또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 해도 원주에서 살고있는 사람 모두를 말한다.


원주는 원주 사람이 키워야 한다.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원주의 여성문학, 이제 그 전통을 이어 받아 참으로 풍요로운 문학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여성 문학인 그들만의 몫이라기 보다 원주에 사는 모든 사람의 몫이다. 원주여성문학이 발전해야 원주문학도 함께 발전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원주여성문학은 그 옛날의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김성수 문인협회 원주지부장>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