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예의지국이란 말 사라진지 오래

어른 공경하는 민족으로 거듭나길 소망

‘군사부일체’ 임금과 스승과 어버이의 은혜는 하나같이 같다는 뜻이다. 그만큼 하늘아래 가장 소중하고 존경해야 할 세분이 아닌가. 그러나 요즘 현실은 어떠한가. 윤리와 도덕은 이미 휴지조각처럼 땅바닥에 나뒹굴고 나만 제일이라는 개인 이기주의가 만연되어 있다. 부모가 부모가 아니고 스승이 스승이 아니고, 임금이 임금이 아니다.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먹으러식당에 들어갔다. 거기엔 20대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이 한 아가씨가,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으니 한 아가씨가 하는 말이 “글쎄 막 나오려고 하는데 X팔 엄마가 못나가게 지랄을 하잖아. 그래서 싸우다오느라 좀 늦었어 미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부모는 하나도 잘한 게 없고 모두 자기들이 잘한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말이 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 어른인 부모들도 자신을 돌이켜 반성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러나 둘만의 공간도 아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도 서슴없이 부모를 노골적으로 욕을 하는 것이 21C다. 나는 그들의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점심을 먹고 나왔지만 지금도 그때 그들이 하던 이야기가 귓가에 생생하게 남아 지울 수가 없다.
가정에서도 부모에게 용돈을 달래다 안주면 아버지를 때리고 죽이고 하는 일들이 매스컴에서나 우리들 주위에서나 비일비재하다. 또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어떠한가. 삼사십 년 전 내가 학교를 다닐 적만 해도 스승의 그림자도 안밟는다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하늘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선생님이 어쩌다 아이가 잘못하여 꾸중이라도 하면 유치원 어린이들까지도 눈을 부릅뜨고 반박을 하고, 급기야는 학부모까지 찾아가 아이들 앞에서 선생의 따귀를 때리고, 경찰에 고발을 하고 야단 법석이다. 대통령도 잘하든 못하든 이 나라의 임금이신데 걸핏하면 서슴없이 욕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은 참으로 좋아지긴 했지만, 좋은 것만큼 나빠진 것이 더 많아 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젊음이 최고요 대학을 나와 유학을 하고 석·박사가 되고 돈 많고 권위만 있으면 최고라는 것이 오늘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인 것 같아 허탈감이 든다. 거기에다 정치하는 사람들까지 한술 더 떠 세대교체니 운운한다.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연구하여 새 지식을 찾아라, 하는 뜻인줄 안다.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해도 무지와 가난 속에서 만고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노인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동방은 예의지국이란 말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어쩌다 우리사회가 이처럼 변했을까, 세계화다 국제화다 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사람이 사람다운 길을 걸어야 하는 교육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승의 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 가고 6월이 온다. 푸름이 더해가듯 우리들의 가정에도 늘 푸르고 따뜻한 마음으로 하나되고 사회도 나라도 경제가 조금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하나된 사랑으로 때론 자신에게 좀 부족하고 불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참는 미덕으로 서로서로 뜨겁게 끌어 안아주는 민족이 돼 다시 지구상에 제일가는 예의지국으로 거듭 났으면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비바람 몰아쳐도 태양은 변함 없이 세상을 환희 비추고, 외롭지만 달도 캄캄한 밤의 등대가 되듯이, 우리 모두도 이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길 바라며….

<우체국앞 ‘어묵’장수 황동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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