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보고 자란 세대

낮엔 도우미 밤엔 지킴이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지내는 요즘, 예전 대동계의 끈끈한 정이 마을 청년들에게 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산동 토박이라면 큰 일이 닥쳤을때 가장 먼저 청·장년회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마을의 경조사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산동 청·장년회(회장:최영이) 회원들.


읍면지역과 달리 시내동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특히 안좋은 일이 마을에서 일어나면 너나할 것 없이 회원들은 천막을 챙기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맨다.


최영이 회장은 “청·장년회 회원들은 대부분 우산동 토박이로 예전부터 어른들이 대동계를 통해 품앗이하던 모습을 보고 자라난 세대”라며 “마을을 위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마을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에서부터 지난 94년 지역 소년·소녀가장을 돕기위해 시작한 동민척사대회도 벌써 8회째를 맞았다.

지난 24~25일 양일간 걸쳐 열린 우산동민 척사대회가 바로 그것.
우산동민이면 누구나 공짜로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우산동내 9개 경로당 노인들을 초청해 한바탕 경로잔치도 벌였다.
척사대회에 참가하는 참가비는 모두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여져 매년 500여명이 넘는 동민들이 참가한다.


청·장년회 사무실의 일정표에는 매월 한두가지의 행사가 계획돼 있다.
일년 행사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민체육대회. 매년 5월경 1천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동민체육대회는 올해로 13회째를 맞게 된다.


한성호 동장은 “동민체육대회를 하는 읍면동중 가장 오래됐을 것”이라며 “예전 우두산 대동계의 명맥이 청·장년회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밤에는 우산동을 지키는 자율방범대원으로 낮에는 주민들의 궂은 일에 나서는 도우미로 피곤한 일정에서도 청·장년회원들은 아직 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회원들은 “앞으로 터미널이나 학교등 왕래가 잦은 곳에는 제설작업이나 보수등에 나설 계획”이라며 “우리의 활동이 진정한 주민화합을 이끌어 내는데 한몫 할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예전 우두산에서 서로의 땀방울을 닦아주며 환하게 웃음짓던 어르신들의 모습을 30~40대의 우산동 청·장년회원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류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