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서민들의 외식장소로 인기

옛 기억 더듬는 추억의 곳

“이제 모습을 바꿀때도 됐죠. 벌써 강산이 한번 변하고도 3분의 1이 다시 변하고 있으니까요.”

20일 그동안 맛깔스런 육개장, 해장국으로 주변 서민들과 함께해온 한식당 ‘풍미관’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분주하게 한쪽에서 새로운 메뉴를 갖추고 있는 주인 김송삼씨(56)의 눈에 1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추억이 보인다.


89년 12월 27일 관설동 4통에 문을 연 풍미관. 14살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식당 잔심부름 10년 끝에 주방장으로 자수성가한 김씨가 4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가게를 연 것이다.


풍성하다는 ‘풍’에 쌀 ‘미’자를 쓴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간다. “젊은 시절을 주방에서 보낸만큼 내 식당을 갖고 싶다는게 최대의 희망이었죠”
그는 당시만해도 인근 중국음식점 1곳과 풍미관만 있었던 시절도 떠올린다.


“그땐 좋았죠, 지금은 단구택지로 조성됐지만 공병대가 있었고 하사관주택도 있어서 주말이면 식당에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찼을 정도니까” 여기에 쉽지 않았던 그의 성장과정에서 오는 훈훈한 인정까지 더해져 지금은 단관택지조성으로 사라져버린 라옹정마을 주민들의 외식장소로도 환영받았다.


“절대 싸구려 재료를 살 수가 없더라구요. 반찬을 하나 하더라도 양념이라도 더 쓰려고 노력했으니까.
지금도 변함없구요” 따라서 육계장 한 그릇에 천원, 해장국도 천원이었지만 하루 10만원 매상은 거뜬히 올렸었단다.
제법 동네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93년부터 통장을 맡아 지역대소사는 물론 봉사활동에도 나섰다.


그렇지만 순탄한 길에도 고개는 있는 법. 90년대 중반 택지조성붐이 일면서 군부대도 사라지고 모임이 잦았던 라옹정 주민들도 흩어지고 말았다. 여기에 불어닥친 IMF한파로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진 서민들의 발길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그래도 30여개로 늘어난 식당중에서도 풍미관이 터줏대감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데는 인근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때문일지 모른다.
지금도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이 자신의 옛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곳으로 풍미관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김씨는 앞으로도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풍미관이 되겠다고 미소를 지어보인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