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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바위, 넓적바위 …’
유년기 추억의 놀이터
‘삐죽바위, 넓적바위, 층층바위, 이층바위’ 반곡관설동 대평부락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이름들이다.
강원도가축위생시험소 남부지소옆 하천변에 자리잡아온 이들 바위는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알려진바는 없지만 나름대로 형상을 떠올리기엔 충분하다.
대평부락에서 바라보는 치악산 비로봉과 모습이 흡사해 한때는 이곳에서 뛰놀던 아이들에게 ‘작은 비로봉’으로도 불렸던 삐죽바위는 이름 그대로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계단모양의 층층바위가 자리하고 있고 장정 여섯은 충분히 앉아 담소를 나눌만한 넓적바위가 같은 간격에 펼쳐져 있다.
외지인들이 보기엔 단지 솟아오른 바위쯤으로 여겨질 대상이지만 이곳 출신 20~30대 청장년들의 기억을 더듬으면 추억 어린 놀이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경기도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얼마전 고향을 찾은 김동현씨(28)는 이곳 바위들은 당시 초등학생은 물론 중학생들까지 뛰놀던 생활공간의 일부였다고 전했다.
동지역이지만 거리상 단절된 지역특성으로 인해 70~80년대에는 도심지 아이들의 놀이문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여름이면 삐죽바위옆을 굽이치는 개울에 몸을 담그고 양지바른 넓적바위에 누워 따스한 볕을 즐기기도 했다.
물놀이에 지치면 층층바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길쭉한 바위모양을 비행기로 정하고 조종사 놀이에 시간을 보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또래 아이 하나가 굵은 빨래줄을 하나 들고 나타나 삐죽바위 정상에 줄을 묶는다. 제법 힘겨운 경사도를 산악인 이상의 폼을 잡아가며 아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고.
날씨가 추워지면 이층바위 아래 작은 틈새는 괜찮은 난로처럼 사용된다. 마른 풀을 모아 할아버지 방에서 들고나온 성냥을 그어대자 이내 찬바람은 저만치 사라진다.
김씨가 동화에서 깨어날 무렵 바위곁에는 ‘유만부락 도로개설및 제방축조’라고 적힌 공사현황판과 굴삭기로 인해 사라진 수풀 흔적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행중 다행으로 바위는 남아있지만 제방보호를 위해 쌓아올린 자갈더미 속에 유년의 기억들이 반쯤 잠겨 사라져 간다.


<박정민 기자>  jm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