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미군기지는 한반도 냉전의 산물이자 불행한 역사의 증거물이다. 때문에 미군기지가 없어진다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원주의 입장에서는 군사도시이자 미군이 있는 도시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군이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부지는 한국군 부대가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반환되는 36개 미군기지 중 군부대가 계속 사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원주가 유일하다. 원주가 군사적 요충지에서인지 아니면 피치 못할 군사적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시의회 등 민관이 함께 대책위를 구성해 범시민 운동화 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군기지가 원주시민들의 공간이 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주시민의 강력한 요구로 군부대가 사용을 포기한다 해도 거저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당장은 준다고 해도 매입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가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여하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군기지가 있던 도시는 수십년간에 걸쳐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 검토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서명운동이나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전국적인 이슈로 끌어 올려야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때문에 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은 범시민 운동으로 전개돼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원주시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관이 시민운동을 주도할 수는 없겠지만 관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1군사령부 이전을 포함한 장기적인 도시설계에도 관심을 갖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미군기지나 군부대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방안 없이 미군기지를 되찾자고 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원주시민과 시민단체는 캠프롱 기름유출 사건이후 우리땅 되찾기 운동을 전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바 있다. 이러한 저력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녹지대 가로수까지 무참하게 '싹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