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향교는 지난달 21일 전교대행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전교 선거를 실시해 이영도 장의를 새 전교로 선출했다. 그러나 전교대행을 맡고 있던 진권탁 대행이 선거운동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업무인수인계를 거부해 취임을 못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4일부터 새 전교가 업무를 맡아야 하지만 지난 1일 이후 향교 문을 잠그고 출입을 못하게 만들어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진 대행의 측근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림이나 지역사회 인사들의 여론은 상식을 벗어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조속한 인수인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진 대행은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지난 12일 유림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되어있는 유도회장을 측근 유림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선출하는 등 상식 밖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진 대행의 인수인계 거부는 사회 통념상 있을 수 없는 행위다. 설령 전교 당선자가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하더라도 공식적인 투표절차를 거쳐 선관위가 당선을 선포했으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불법선거 문제는 법적 절차를 통해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업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된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며 취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대행의 임기도 끝난 상태에서 자리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을 막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될 수 없다. 시장 선거에서 당선자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일단은 시장에 취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표 차이로 낙선한 진 대행으로서는 아쉽겠지만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를 제지하고 새 전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데 있다. 전국 234개 향교를 관리하고 있는 성균관이 나서 주면 좋겠지만 성균관은 “우리는 임명장만 줄 뿐”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물리력을 동원해 향교를 접수하는 것은 향교의 이미지상 생각하기 어렵다는 게 새 전교 측의 고민이다.
바람직한 방법은 지역사회 원로들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역대 전교가 줄줄이 사법처리 되면서 원주향교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전교 자리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도 착잡하다. 한 지역의 정신적 지주이자 도덕의 상징인 향교가 더 이상 추해지는 것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때문에 이영도 전교 당선자는 물론 지역원로들이 사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림들만의 향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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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가로수까지 무참하게 '싹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