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우리사회는 교육문제에 있어 교육효과만을 너무 강조하여왔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적은 시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학생에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를 주된 교육 명제로 생각하였다는 얘기다.




제1편 우리시대엔 장애인이란 없다. 오직 일반시민만 있을 뿐이다.


제2편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용이 아니라 온 시민용이다.


제3편 더불어 사는 삶에는 장애인이 배제됐다.


제4편 교육당국과 일반학부모들은 장애인학부모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분리하여 가르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장애가 있는 아동은 그들만의 장애 특성을 고려하여 효과적으로 교육하고, 장애가 없는 아동들은 그들만을 따로 모아 적절한 교육을 하여 생산적이고 경제적인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이와 같은 생각에 변함이 없는 교육 당국자나 교사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교육을 효율성이나 경제성만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장애가 있다하여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분리된 시설에서 고립된 채 교육받고, 장애가 없다하여 마치 그것이 특권인 양 일반학교에서 공부하는 문제는 도덕적이거나 인륜적 차원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인가?


나는 우리 나라의 모든 의무교육 시스템은 그 접근방식 자체, 사고 개념의 틀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의무교육을 받는 한 아동(그는 교육을 받을 권리 또한 당연히 가지고 있다)이 학교에 입학한다고 하자. 당연히 그 아동은 그 부모와 그가 원하는 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에 배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아동이 가장 가까운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아동은 맹(盲)이었다. 이때 우리 나라 모든 초등학교장은 무엇이라고 하는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든 초등학교 교장은 부모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학교는 귀하의 자녀를 가르칠 여건이 되지 못하니 특수학교를 찾아가시오!” 그 교장은 이런 말을 하고도 하나도 부모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선택한 부모의 무지함에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른다.


현행 우리 나라 교육시스템처럼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급 수를 학생을 받기 전에, 미리 정해놓고 그 시스템에 맞는 학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받아보고 그 학생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교육 방식을 바꾸면 안 되는 것일까?(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법률상 제도적으로는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아동이 부모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요 순리이다.

장애가 없는 일반아동들도 그러한데, 장애가 있는 아동은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장애아동이 집 근처에 있는 일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모습이다.

학교가 능력이 부족하여 장애아동을 받을 수 없는 것은 학교의 문제이지 그것이 왜 장애아동이나 장애아동 부모의 문제가 되겠는가?


이제 우리는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을 분리하는 교육시스템에 있어 과거의 생산성과 효율성 관점에서 보는 것을 떠나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공교육 문제를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그 장애아의 인권과 그 부모의 권리를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자기 자녀에 대한 알량한 욕심 밑에 많은 장애아동들의 고통이 숨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여야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아동이나 부모에게 이중고 삼중고를 강요하는 일반 시민사회나 교육당국자들은 장애아동과 그 부모에게 깊이 사과하여야 할 것이다.




최 기 창

장애인을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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