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폐회한 시의회 임시회는 집행부가 상정한 조례중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조례와 주민자치센터 설치 조례를 부결 또는 계류 시켰다.
하지만 조례가 상정되고 부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발견된다.


주민자치센터 설치 조례는 이번까지 네번이나 상정해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시의원들이 네번씩이나 통과 시켜주지 않았을까?
시관계자들은 “부결될때마다 의회가 상황을 잘 몰라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시의회에 있는게 아니라 집행부에게 있다.



처음에는 그렇다치고 그 다음에 상정할때는 사전에 시의원들을 충분히 이해시켜
조례가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건 당연하다.
아무런 노력없이 똑같은 조례를 임시회가 열릴때마다 올리고 통과되길 기다리는
것은 의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면 집행부 조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정부 정책이니까 마지못해 시늉만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의회에서 반대해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빠져 나가려고 한다면 더더욱 문제다.



민선시대인 만큼 정부정책이라 하더라도 지자체 나름대로의 소신과 철학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할 의지가 정말 있는건지 궁금하다.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조례가 부결된 것도 마찬가지다. 의회의 결정이
합당했는가는 차치하고 집행부가 조례개정을 추진하면서 얼마나 고민 했는가는
되짚어 봐야 한다.


조례는 시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조례 신설이나 개정에
있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잘못된 조례는 시민들을 불편하게 할 뿐만아니라
행정부담만 가중 시키게 된다.


이번 부설주차장 설치기준 강화는 한계상황에 도달한 도심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취지에 반대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의회는 반대했다.
주된 이유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개발이 먼저냐 환경보존이 먼저냐’처럼
양립되는 명제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조례를 상정하기 전에 공론화 시켜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추진 했어야
마땅하다. 가끔 시 간부급 공무원들을 만나면 “일을 하려고 해도 의회가 발목을
잡아 힘들다”고 푸념하는 것을 보게 된다.
지방자치제하에서 집행부와 의회는 달리는 마차의 양 수레바퀴와 같다. 의회를
귀찮은 시어머니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원주시를 이끌어가는 동반자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의회도 권위만 내세울게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고 공무원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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