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은 시간, 단계택지 모 식당 한 귀퉁이에서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손님 5명이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의약분업을 꼽았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은 국민 부담만 늘어나고 말았다고 결론졌다. 반면에 제약회사는 어느때 보다 ‘호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알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고등학교 동창사이로 이중에는 의사, 제약회사 과장, 약사가 한명씩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의약분업 이후 의보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최대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인데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전에 병원들은 약값에서 많은 이익을 남겼다.
제약회사로부터 의보수가 보다 훨씬 싸게 납품을 받았기 때문에 약을 많이 쓰면 쓸수록 병원에 이익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의약분업은 약국에서 약을 판매하므로 약을 많이 처방해도 병원 이익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의사들의 진료비를 올려주고 약국에 별도로 조제료를 줘도 약 사용량이 줄어들면 의보재정에 문제가 없을것 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제약회사들이 자사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병원이나 개별 의사에게 처방 수량에 해당하는 소위 ‘리베이트’를 주다 보니 상황은 마찬가지가 돼 버렸다. 오히려 예전에는 보험청구시 삭감될 것을 우려해 비싼약 처방을 자제하고 처방일수를 조절했는데 지금은 삭감부담이 없어 비싼약 사용이 증가했다.


제약회사만 좋아졌다는 논리는 이렇다. 예전에는 보험수가가 100원인 약을 병원에 20~30원에 납품했다면 지금은 약국에 보험수가 대로 납품하고 통상 30원 정도를 병원에 리베이트로 주기 때문에 40~50원의
차액이 제약회사 몫으로 더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논쟁을 펼친 이들은 결국 약의 오남용 방지는 의사들의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신 제약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해 리베이트 지급을 원천봉쇄한 다음 의보수가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했다. 언론도 모를리 없고, 보건복지부도 훤히 알고 있는데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때문에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얘기는 그들이 의약분업의 주체들이어서 상당히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의약분업 이후에도 제약회사들이 의사들에게 주는 리베이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빈사상태에 빠진 의약분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무원, 제약업계, 의료관계자들의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결단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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