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실언은 때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94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3천억원대 비자금 보유설’ 발언이 불씨가 됐다. 99년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공로담’은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밖에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실언이 일파만파로 번져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임명직 고위공직자들의 실언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러한 실언은 대부분 취중에 자신의 지위나 정보력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최근 한상철 시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 실수를 해 곤욕을 치뤘다.

한시장은 지난 18일 이인제 민주당고문, 이창복의원등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고문이 원주의 인물을 묻자 ‘원주는 자연재해가 없는 지역’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런 자연 조건 탓인지 외부로 부터 도전을 덜 받아 인물로는 주사급 대통령이 한분 계시고 이창복 국회의원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강릉최씨 종친회와 최전대통령의 모교인 원주초교 동문회, 최규하 전대통령 기념사업회가 최 전대통령을 비하했다며 발끈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시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자청, 최전대통령이 원주의 인물이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표현됐다며 공식사과했다.
또 최규하 대통령에게도 유감의 뜻을 표명하는등 진화에 진땀을 흘렸다.


이번 실언파동은 전후사정을 살펴볼때 최 전대통령을 비하할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닌것 같다.
문제가 터진후 한시장이‘주사에서 출발해 대통령까지 지낸 입지전적 대통령이라고 말한다는 것이 적절치 못하게 구사됐다’고 해명한 것이나 당시 그자리에 있었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어떤 저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행위는 아니다.
취중이나 개인적인 자리였다고 해도 그 정도의 표현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텐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시장의 품위를 잃은 행위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번사태는 원주초교 동문회와 강릉최씨 종친회가 발언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등 격앙돼 있지만 한시장이 서둘러 공식사과함에 따라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시장의 실언 파문은 한시장 개인은 물론 지역내 인사들에게 공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일반인과는 달리 공인의 말 한마디는 중요하다. 특히 그 지위가 높을수록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신의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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