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희 철
(단강감리교회 목사)
새로운 한 해가 밝았습니다. 시간의 경계를 말뚝 박듯 눈에 띄게 따로 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연말과 연시,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씩은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쪽을 한동안 바라본 뒤에 다시 말을 타고 달린다고 합니다.
혹시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미처 뒤쫓아오지 못했을까봐 자신의 영혼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 합니다.
인디언이 말에서 내리듯 일과 시간에 쫓기며 살았던 우리가 발걸음을 멈춰 서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일러주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나그네가 이른 새벽 호숫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둠에 덮인 호숫가를 거닐다보니 웬 자루 하나가 발끝에 부딪쳤습니다.
자루 안에는 작은 돌멩이가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호숫가에 앉은 나그네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자루 속의 돌멩이를 하나씩 호수 속으로 집어던졌습니다.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텀-벙!’ 하고 떨어지는 돌멩이 소리가 듣기에 좋았습니다.
막 동이 터 올 무렵 그곳을 지나가던 마을 사람이 호숫가에 앉아 있는 나그네를 보았습니다. 나그네를 본 마을 사람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은 나그네에게로 달려와 나그네의 손을 붙들었습니다.
나그네 손에 들려진 것은 보석이었습니다. 마을 사람의 말을 들은 나그네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자기 손에 쥐어진 돌멩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가만 보니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놀랍게도 돌멩이가 아니라 진짜 보석이었습니다.
막 떠오르는 아침 첫 햇살에 보석이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땅을 치며 후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에 쥔 보석이 자루 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보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석을 돌멩이인줄 알고 호수 속으로 던진 나그네, 다 던진 뒤에야 자기가 던진 것이 돌멩이가 아니라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우리가 맞는 하루 하루라는 시간, 사실 그보다 귀한 보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때로는 우리 생의 하루를 돌멩이처럼 하찮게 여기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돌멩이를 호수 속에 다 던져 넣은 뒤에야 그것이 보석이었음을 깨닫고 땅을 치며 후회한 나그네처럼, 삶을 마감하면서야 헛되게 보낸 시간을 후회한다면 소용없는 일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새로운 한 해라고 하는 값진 선물을 받은 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많으면 힘있는 도시
길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동네 입구에서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큰 느티나무 아래 쉬고 있는 노인에게 나그네가 물었습니다.
“노인네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사람이 살기 좋은 동네인가요?”
나그네의 질문을 받은 노인이 나그네에게 되물었습니다.
“당신이 살던 동네는 어땠소?”
나그네가 불평을 늘어놓길 시작했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제가 살던 동네는 형편없는 동네였습니다.
허구한날 싸우고 욕하고 헐뜯고, 훔치고… ,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나그네의 말을 들은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이 동네도 사람 살만한 동네가 아니라우.”
다음날 아침, 또 다른 나그네가 지나가다 느티나무 아래 앉아 쉬는 노인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노인은 나그네에게 똑같은 말로 되물었습니다. “당신이 살던 마을은 어땠소?”
나그네가 환한 얼굴로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는 사람 살기 좋은 동네였습니다.
인심이 좋아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웃음이 넘치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을 했습니다. “이 동네도 참 좋은 동네라오.”
왜 할아버지는 똑같은 마을을 두고 한 나그네에게는 사람 살만한 동네가 못된다 했고, 다른 나그네에게는 사람 살기 좋은 동네라 했을까요?
그것은 어디에 사느냐 하는 것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좋은 동네가 되느냐 혹은 나쁜 동네가 되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힘있는 도시’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든지 재정이 넉넉하다든지 하는 외적인 조건보다는 내가 사는 곳에 대한 긍지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강한 도시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언젠가 제 어머니께서 “한목사도 성지순례를 다녀오면 좋을 텐데-”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웃으며 어머니께 대답했습니다.
“성지가 어디 따로 있나요. 내 사는 곳이 성지지요.”
모세가 불타는 가시덤불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던 그 자리, 그곳도 성지겠지만 가시덤불처럼 흔하고 보잘 것 없는 것 속에 담긴 거룩함을 알고 그 앞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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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