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 횡성초교 교사


내 이웃 중에는 참 특별한 가정이 있다. 지극히 아이들 위주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부부다.


딸애와 아들 녀석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 2학년인데 그 아이들이 학교 공부로 10시까지 학교에 있는 시간을 너무나 안타까워 못 견디는 부부다. 10시까지 하는 자율학습을 처음 하던 날 그 딸아이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나는 막 웃었지만 그 엄마는 심각하게 눈물까지 글썽 거렸다.


“엄마 너무 힘들었어. 공부 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저녁 10시가 되도록 엄마 아빠 얼굴을 못보고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게 견디기 힘들었어.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어.”


고등학생이면 늘 그런 시간을 그것도 때가 되면 등교 전처럼 집에 오게 되는 것을 왜 강제 이별이라도 한 듯했을까. 단 몇 시간이라도 그들이 부모랑 같이 있고 싶어하는 마음이 비단 그 아이 뿐이었을까! 아니 단 한 아이라도 나는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


또한 그 아들에게 부모가 베푸는 것도 정말 남다르다. 한 달의 용돈이 남든가 평상의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어쩌다 주어지면 그 아이에겐 PC방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아니 어쩌려고?” 라는 의문을 보통 사람들은 할거다. 그러나 그 부모는 하나도 이상한 점 없다는 듯 그리 한다. 심지어 돌아올 약속 시간이면 자가용으로 데리러 가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의 대답은 그 아이가 그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염려하는 잘못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부모가 그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그러기라도 하면 “무슨 정신 없는 짓이냐” “그 시간에 책을 봐야 하지 않느냐” 라는 말과 함께 큰 일로 여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여전히 책을 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부모와 사이가 좋은 것은 물론 하나에서 열까지 숨기는 일이 없다. 구십 구 퍼센트는 아이들 입장에서 배려를 하는 그 부모는 중년 부부다.


우리는 어떤 약속된 규약이라면 지켜야 하는 게 도리라 여긴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약속 가운데 지켜지지 않는 것이 더 당연한 것 같은 요즘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킬 수 있는 약속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 부부의 여유도 자율 학습의 순간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표현하는 아이의 순수함도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이의 우직함도 나는 참 부럽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지키는 약속! 그건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 사는 사회에서 공명의 자세가 된다면 더 없이 밝고 살아봄직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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