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 지사 혁신도시 입지선정위 해체 일파만파

원주 유력해지자 춘천·강릉 문제제기 ‘자충수’
시민들 “관여하지 않겠다더니…” 강력 반발

“긴 여정을 달려와 거의 결승선에 이른 마라톤 선수에게 출발 신호가 잘못됐으니 처음부터 다시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원주시의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김진선 지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 중 일부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게 됐다.
혁신도시 입지 선정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26일 김 지사는 선정위원과 접근성 문제에 대한 재조정을 요청, 일대 혼란을 야기시켰다.
또 28일에는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겠다고 밝혀 행정력 낭비와 지역간 갈등을 초래한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박대암 원주시의장은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이같이 결정했다면 지사 자격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원주시민들도 “말도 안 된다”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의 26일 재조정 발언은 혁신도시 입지로 원주가 유력시되면서 원주를 견제해 온 춘천과 강릉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인 데서 기인한다.
춘천에서는 혁신도시 선정위원에 특정대학 출신이 많다며 공정성에 시비를 제기해왔다. 연세대 출신 교수 4명이 선정위원에 포함된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강릉에서는 간선교통망과의 접근성에 20점을 부여한 것은 지나치다며 조정을 요구해왔다.
김 지사는 공공기관이 추천한 선정위원을 일부 교체하고, 접근성을 10점 범위 내에서 조정할 것을 입지선정위원회에 요청함으로써 춘천과 강릉의 민심을 어루만지는 효과를 노렸을 터였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난 8월 중순 “도는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것이며, 선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지사 스스로 본인의 말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또한 입지선정위원회는 김 지사의 요청에 대해 ‘전원 사퇴’란 카드로 대응했다. 지난 27일 입지선정위원회는 “위원 선정의 과정, 절차 및 내용에 있어 공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처럼 전문가의 양심과 식견을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위원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들은 “혁신도시 신청 지자체가 평가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공식문서로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 전원이 사의를 밝히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정한 심사를 촉구해 온 원주시는 의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반면 춘천시와 강릉시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대응한 가운데 28일 김 지사가 기존 입지선정위원회를 해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더라도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오히려 불신과 오해를 증폭시킬 우려가 많아 다소 늦더라도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도록 입지선정위원회를 다시 구성한다”는 게 김 지사의 변이다.
김 지사의 승부수로 분석되는 28일 발표에 대해 원주의 한 지역인사는 “혁신도시가 원주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지사가 져야 할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상용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