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던 <겨울 연가>가 ‘마침내’ 끝이 났다.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그러나 종반을 향하면서부터 황당한 스토리 전개로 인해 우리들이 그간 TV 드라마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인식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 주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과 목도리 패션을 유행시켰을 뿐 아니라, 주요 촬영지는 젊은이들이 꼭 가보아야 할 탐방코스가 될 정도로 그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부적절한 상황 설정과 황당무계한 스토리 전개로 인해 극의 긴장감과 완성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였음은 물론, 부자연스러운 결말로 끝을 맺음으로써 시청자들의 실망과 반감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교통 사고와 기억 상실, 최면 요법, 실명(失明)이 뒤따르는 수술 같은 억지스러운 전개와 혼란스러운 반전도 그렇지만, 이복남매와 이복형제 등의 상황 설정도 시청자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제작진들은 방송 연장을 추진하려다가 출연자들의 반발과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는 뒷말까지 들려오는 걸 보면, 여전히 시청자들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진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또는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타방송사의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치졸한 생각 때문에 부적절한 상황을 설정한다거나 황당무계하게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극적’인 사건이 많을수록 잘된 드라마이며, ‘극적’인 것을 단순히 ‘자극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같이 어처구니없는 드라마에 농락 당할 것이 분명하다.
드라마를 볼 때면 누구나 사건 전개의 전반에 관해 나름대로 예측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예측이 늘 어긋난다거나 항상 적중된다면, 아무런 ‘극적’인 감흥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긴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긴장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결국 주어진 정보에 의해 그 다음의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에 의해 생겨나는 마음의 흥분 상태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인가 획기적인 사건만을 ‘극적’인 것으로 한정지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인도에 표류한 수녀와 병사’, ‘막장에 갇힌 광부들’과 같은 자극적인 사건만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탓으로 <겨울 연가>에서도 ‘교통사고로 죽었던 첫사랑이 10년만에 기억상실이 된 채 살아 돌아오는’ 충격적인 사건이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좀더 ‘자극적’인 스토리 전개를 욕심내는 데 있다. 그 결과, 억지가 되고 황당무계가 된 것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충격적인 면이 아니라, 사건 전개의 내면적인 긴장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그곳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우리가 얼마나 가슴 졸이고 살아가는가를.
이 지상(地上)에 살아 남기 위해 우리가 더럽고 치사한 꼴을 얼마나 참아내고 있는가를. 이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극적’인 삶을 충분히 누리고 있지 않는가. 이제 더 이상 ‘극적’이고 싶지 않다. 그리하여 단 하루만이라도 가슴 졸이지 않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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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