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 보다 부모님에게 고마운 한 해였다. 또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진하게 느낀 한해이기도 하다.
태어나 30년 동안을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지난 6월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 곁을 떠나게 됐다. 평소에도 끔찍이 나를 아끼셨던 터라 항상 고마움을 갖고 살기는 했지만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여 주신 부모님의 사랑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것이었다. 결혼할 날을 받자 아버지께서는 말 수가 적어지셨다. 신혼집은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만큼 가깝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얼굴을 볼 수 있는데도 부모님의 행동과 말 속에서 서운함과 걱정스러움은 가시질 않았다.  
그 서운함과 걱정스러움은 바로 나에게로 향하는 부모님의 사랑임을 알기에 내 마음도 우울했다.
서운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정신이 없었던 터라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30년 동안 한 순간도 나에 대한 신경을 끄고 자유롭게 지내셨던 적이 없었던 부모님. 곱게 키워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님이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내가 내 자식을 키우고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떠나 보낼 때쯤 그 온전한 마음을 알 수 있겠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부모님의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알지 말고 좀 더 일찍 깨우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부모님의 사랑에 좀 더 보답하고 싶다.
곧 환갑의 나이에 접어드시는 부모님. 내가 충분히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이소정
(생명원주21실천
협의회 사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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