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원주YWCA 사무총장)

돌봄과 배려, 보살핌이라는 덕목은 여성적 가치로서 인정되어지면서, 돌봄 노동도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역할로 규정되어져 왔다.
그리고 가정 안팎에서 돌봄 노동의 몫이 여성 고유의 몫으로 부담 지어져 왔다.
최근 치매 노모를 모시고 사는 여성의 우울증 및 노부모와의 동반자살에 대한 사건들은 이러한 노인부양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이러한 문제가 가정 내 사적 영적으로만 다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고령화 사회에서 부양되어져야 할 노인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과거에 비해 노부모 부양 의무는 희박해져 가고 있으나 보호시설에 대한 불신 등의 이유로 가족 내에서 부양할 수밖에 없다는 조사 결과를 보았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은 주로 며느리가 부모부양을 하며 책임감만으로 부양의 의무를 감당하는 부분이 많은 반면, 대다수 미국인은 주로 딸이 부모부양을 하며 책임감보다는 친밀감이 부양의 기존 동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울타리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일이 물론 책임감도 필요하겠지만 사랑과 친밀로 감싸안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책임감만으로 부양의 의무를 감당하기에 이러한 결과는 부양을 받는 취약노인들의 심리적 불안상태와 학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가부장적 가족 구조 내에서 돌봄의 주체로 여겨졌던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와 맞닿아 돌보기 위해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하는 여성이 많아지게 된 것이 현실이다.

노인 부양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대책으로 공공서비스의 개선과 활용 및 노인복지서비스의 제공, 보호시설의 이미지 개선,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호정책의 구체적 실현을 주장할 수 있다.
여성의 돌봄 노동은 이익 창출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영역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소외되거나 개인화되어선 안되며 사회화되어야 하며, 돌봄 노동의 부담 방식과 사회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노인 부양의 문제가 더 이상 여성들의 희생이나 봉사로 해결되도록 방치되어서는 안되며, 중산층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까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 부양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참여를 제고할 수 있는 노인복지 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과 노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의 확산을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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