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현(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 대표 / 신부)

▷ 빈곤의 일상화가 심각하다
지난 해 보건복지부의 국정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실업률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안정되는 실업률에 비해 빈곤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일을 해도 근로빈곤층(비정규직이거나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계층)이 증가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노동하는 빈곤(working poor)이라고 한다.

이미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서도 빈곤 인구가 6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무슨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그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더구나 공식적인 실업률은 줄었다하나 체감 실업률은 전혀 나아진 기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도 고용이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기인한다 할 것이다.
이들 근로빈곤층은 사회보험 적용률도 매우 낮아 일반인의 반에도 못 미치는 연금, 산재, 고용, 건강 보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대량빈곤, 양극화, 신빈곤, 사회적 배제 등 빈곤 관련 용어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에 비해 정부의 빈곤 관련 정책은 실업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응, 비정규직 해소에 관심 결여, 사회보험제도의 정비, 빈곤자에 대한 구제 및 자활 대책이 아직도 미비하는 등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지원 정책에서 이제는 일을 통한 빈곤의 탈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지역에서의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는 단순한 분배가 아니다. 있는 것을 다 가지고 난 후 남는 것을 나눠주는 것을 복지라고 하지 않는다. 진정한 복지는 서로 동등해 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이제 단순히 후원금을 모아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해 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지자체는 지역의 빈곤 극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기존의 복지 정책을 지역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인 자활 제도를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이 자립, 자활 할 수 있도록 자활공동체에 대한 지자체의 열려진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 부분에서의 일거리를 제공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책을 통해 지역의 빈곤 탈출에 많은 기여를 한 지자체의 모범을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자활 참여자 및 사업 수행 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 감독이 병행되어 방만해지고 편중된 자활 정책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관에 이양하고 지원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점차 확대해 가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여 사회적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업이 가능하도록 복지예산을 확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책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빈곤과 복지는 다른 개념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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