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원주YWCA 사무총장)

과학의 발달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었지만, 노년의 길이를 늘려 놓았다. 인구 100명중 8명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그 중에 여성이 62%라고 하니 노인 문제는 여성 노인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곧 예비 여성노인이 될 젊은 여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모두의 미래지만 무관심하게 생각하는 노년의 여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시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홀로 계신 어머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남편을 떠나 보낸 슬픔만큼 뭘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리 시대의 부모님들은 오직 가정, 자식의 행복만을 위해 그 힘든 세상을 앞만 보고 당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자식들은 차례차례 엄마 치마폭을 떠나서 저희들 생활로 가고 그때서야 내가 즐길 일이 있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늙어서 할 일 없이 사는 것은 고문을 당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던가! 노인심리학을 전공하는 교수는 노년기에 할 일로 자서전 쓰기를 권하고 있다. 노인의 심리적 특성 중 하나로 인생을 회고 정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배우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다.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요즘의 중년부인들이 노후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는 신문보도도 있다.

이런 개개인 노력과 자각 말고도 이제는 정부나 사회에서도 해줄 것들이 있다.
노인 여가시설인 경로당, 노인학교, 노인 휴양소, 노인 복지회관, 노인 종합복지관 등의 내실과 확충이다.
그럴려면 전문 인력과 함께 재정, 행정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의 지평을 넓히고 인생을 이해하는 시기가 바로 노년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가해진 노년의 일상생활 속에서 지금까지 해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던 것들을 경험해보는 가운데 자기계발을 해 가는 노년기, 요즘 말로 업그레이드 된 노년기를 바란다면 너무 과분한 바람이 될려나?

이제는 실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 시대를 이끌어 온 주역들인 그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소망스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 할 수 있는 사회, 일하는 노인이 많은 사회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회다.
노인이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와 국가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