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원주지부 총무)

껌은 한 달을 씹으면 고무가 되고, 이렇게 2년을 씹어 모으면 고무신 한 켤레를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궁핍한 시절, 잘 적에 베개 근처에 씹던 껌을 붙여 놓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껌을 씹었다던 시절에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쉬이 믿을 수 있을까마는 우리 어르신들의 옛날 껌 씹기 이야기처럼 물자가 부족하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사치를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물자가 풍부해지면 이전에 귀히 쓰던 것들도 구질구질하게 보여 쉽게 쓰고 버리는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계속해서 살아야 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지구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30%는 일회용 포장 쓰레기라고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데 사용하는 음식료품 포장용기가 대부분 일회용 포장 쓰레기이다. 수거해서 반복적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 용기도 계속해서 페트병이나 다른 플라스틱 용기로 바뀌고 있다. 일회용 포장용기의 사용은 사용의 편리함과 위생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삶의 질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질수록 편리함과 깨끗함을 추구하는 일회용기의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수준이 요구하는 만큼 좀 더 편리하고 깨끗한 소비생활을 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몰아붙이고, 궁핍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절처럼 생활하자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환경을 고려한다면, 갈 곳 없어 넘치는 쓰레기 문제를 고려한다면, 우리의 조그마한 실천만으로도 우리의 소비행위가 보다 친환경적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질주하는 편리함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보면 조금밖에 물건을 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건네는 가게주인을 보게 된다. 한 사람이 비닐봉투 한 장 쓰지 않는다고 해서 환경과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소비되는 비닐봉투의 양이 연간 13억장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무심코 쓰는 비닐봉투가 나중에는 세상을 비닐봉투 바다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1998년부터 일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고객에게 나눠주지 못하게 하는 활동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바구니 들기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덕분에 유통매장에 가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시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사람보다는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사람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비용을 30원에서 50원으로 올려 보기도 했지만, 일회용 비닐봉투를 돈을 주고 판다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비닐봉투 판매비용 사용을 둘러싼 부수적인 논란만 커지고 있다. 비닐봉투를 1천원쯤 받고 판다면야 효과가 뚜렸하겠지만, 소비자들에게 턱없이 높은 부담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돈으로 사람의 행동을 바꾸어 보겠다는 차갑고 냉정한 정책에 우리가 변화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환경을 생각하는 현명한 녹색 소비의식을 키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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