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태장동·주부)

‘대부’를 보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는 넋이 반쯤 빠진 것 같았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얘기가 이렇게 해서 나왔구나 싶을 정도였고, 바로 이어 ‘대부2’를 봤을 땐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영화가 이런 영화였구나’라는 재발견의 기쁨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이렇게 나는 ‘대부 1·2’ 편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갱스터 장르라 할 수도 있는 ‘남성의 영화’에 이렇듯 흥분하는 것을 폭력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보통의 갱스터, 혹은 느와르 영화가 아니다. 대부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루고 있었다. 보다 많은 자본과 그 활동을 위해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숙청과 보복들은 제국주의가 모습을 달리한 새로운 자본주의의 토착화 과정과 다름이 아니다. 또한 ‘노력하는 만큼 얻을 수 있고, 모두가 평등하다’라는 미국의 모토가 실상 어떻게 사회에 적용되어 왔었는가를 궤뚫고 있으며 가장 자본주의적이라는 할리우드 영화 시스템 안에서 시작되는 회고록인 셈이다.

이 영화에는 이토록 훌륭한 시나리오와 이제는 세기의 두 배우로 불리우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있으며, 코폴라가 있다. 군더더기 없는 카메라와 편집, 그리고 니노로타의 음악. 영화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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