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보면 아이들의 성격을 쉽게 알 수 있다

학년 초에 중학년 정도 아이들의 성격을 알아내는 방법으로는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한 판 붙어보는 게 효과적이다. 선생도 같이 끼어서 하면 더 좋다. 땀이 흠뻑 나도록 달리다 보면 아이들과의 거리감도 부쩍 줄어든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는 피구 경기가 좋다.


경기를 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면 그 작은 사회에도 리더와 역할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급조된 상황에서도 나름의 독특한 팀워크가 형성된다. 흐름을 읽어서 고함을 치며 자기편을 독려하는 아이, 그저 묵묵히 달리는 아이, 공을 만나면 동이고 서고 지향 없이 차버리는 아이, 제 마음대로 차지 못하고 리더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만 기회를 놓치고 마는 아이…. 부딪쳐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서 달리는 아이, 넘어지기만 하면 우는 아이, 자기 자리만 꼭 지키는 아이, 재능은 있지만 자기는 뛰지 않고 주문과 원망만 하는 아이, 운동이 재미없어서 어정어정 걷거나 틈만 나면 주저앉아서 땅 파는 아이 등 참여방식과 반응이 제 각각이다.


끝나면 가운데 모여서 악수와 인사를 나누게 한다. 경기 중에 있었던 불유쾌한 일들이나 경기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재미나고 신나게 놀았다는 마음이 들도록 이끈다.

학습에 대한 특성도 빨리 파악해야한다. 잘 알면서도 1%의 오류가 겁나서 번번이 참여하지 않는 소심파, 정·오답에 부담 없이 발표 자체를 즐기는 아이, 제일 먼저 맞추고야 말겠다고 발표를 독점하려는 아이, 실패와 좌절의 누적된 경험으로 선생과 눈길 마주치는 것 자체를 피하는 아이, 잠시도 쉬지 않고 잡담하는 아이…. 새로운 과제에 선뜻 나서는 아이가 있는 반면, 의기소침해서 대면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아이, 공부라면 지겨운 것이어서 그래 쓴 글씨가 설형문자처럼 판독하기 어려운 아이등. 어쩌다 높은 수준의 어휘를 퀴즈로 내보면 척척 맞추는 아이, 아주 쉬운 연산문제도 암산하지 못해서 손가락을 헤아리는 아이등. 교과에 대한 편차가 심한 것이 공통사항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싫은 것은 아예 ‘포기’한단다. 마치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새로 만난 아이들 저마다의 특성을 알아차리는데 3월 한 달이 벅차다. 공부 쪽과 생활 쪽에 한두 가지씩 개별 목표를 설정한다. A는 읽기와 연산이 부진하다. 그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다른 학습이 펴진다. C는 미간이 늘 접혀 있고 친구들에게 냉정한 편이다. 그 것이 순환되면서 생활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해야 해소될까? D는 재미나게 노는 방법을 모른다.


어울려서 논다는 것이 상대를 불편하게 해서 마찰이 잦고 그러다보니 고립되었다. 방과 후에 남겨서 뭘 하기가 쉽지 않다. 학원 시간도 쪼들리지만 ‘나머지 공부’라는 것이 아이의 자존심을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즐겁고 신나게 해줘야 한다. 4월은 학급 운영이 본격화 된다. 그러다보니 한 주간이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가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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