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생각해 보고 간단명료하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와의 대화는 심적 소외감을 채워준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온거야,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고 돌아다녔어?”

“엄마는 네가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 얼마나 조바심을 태웠는지 아니?”

두가지 질문 모두 자녀가 집에 늦게 들어왔을때 자녀에게 던질 수 있는 물음이다. 그러나 자녀의 입장에서 봤을때 받아들이는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다. 대개 첫번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자녀들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받아치거나 아무 답을 하지 않고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반면, 두번째 방식으로 질문을 던졌을때 자녀들은 무엇 때문에 왜 늦게 들어왔는가를 대충이나마 설명하게 된다. 말하자면 자녀에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처럼 목적이 같은 답을 원하는 경우에도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부모들이 자녀들과의 대화에 있어 알아두면 좋은 대화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I message 기법 - 아이 메시지 기법은 나를 주어로 하는(부모 자신을 주어로 질문을 던지는 화법) 대화법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늦게 들어왔을때 “초조해서 아무일도 할 수 없었어”라고 하거나 자녀가 어떤 의견을 개진했을때 “나는 그것을 이렇게 생각하는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 메세지 화법은 자녀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가장 기초 단계 화법이다. 만약 “뭐하고 돌아다니길래 이제 들어와” 또는 “참 생각이 이상하네”라고 말하면 자녀가 위축돼 부모와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아예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개방적 질문 - 개방적 질문이란 질문 자체가 상대방을 몰아 세우지 않는 것이다. 자녀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집에 들어왔을때 “누구하고 싸웠구나”라고 자녀에게 말을 건네면 자녀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개방적 질문이란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 있니, 기분이 안좋아 보인다”라는 식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다. 개방적 질문은 아이메시지 기법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자녀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게 만든다.
서술과 반복을 피하는 대화법 - 청소년들은 지루하면 “짜증난다”라는 표현을 잘 쓴다. 지루하면 모든 대화가 머리속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명료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일방적으로 부모의 생각을 말할때 간단명료한 언어의 구사는 필수적이다. 좋은 이야기라도 서술형으로 길게 늘어놓거나 자주 반복을 하게 되면 자녀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간단 명료하게 말을 건네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대화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심적 소외감을 가정에서 채워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녀의 입장을 생각한 부모의 대화방법이 큰 영향을 미친다.


원주청소년상담실 최영애 전문상담원은 “자녀들은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며 “부모의 정립된 가치관을 잣대로 아이들을 대하면 충돌이 일어나고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