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싫어하는 것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모두 이기심을 극복한데 대한 칭찬이다.



어느 날, 노랑머리에 땅에 끌리는 허리띠를 두르고 무릎이 터진 청바지를 입고서 한 여학생이 찾아 왔다. 이 학생이 학교를 떠나기 전날 나는 내일 학교에 올거냐고 물었었다. 학생은 모르겠다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수 년이 지난 후 스승의 날이라고 춘천에서 사북으로 담임을 찾아온 것이다. 나는 그 아이 인생의 마지막 선생이었다. 학생의 엄마와 아버지는 서로 다투다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삼촌이 아무리 타일러도 이미 학교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 아이는 보통의 문제아들처럼 교사의 대다수 질문에 대하여 준비된 답을 가지고 있었다. 네 딸이 너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면 “전 결혼 안해요” 하는 식이었다. 그 학생은 거짓말을 상당히 잘했다. 이기적인 부모님들 틈에서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란 셈이다. 같이 사는 할머니에게 못할 짓도 많이 한 아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학생을 만나면 자꾸만 그 학생이 생각난다. 학생을 이해는 하겠는데 그 나이까지 살아온 세월에서 배운 자기중심적 가치를 변화시켜 줄 수 없는 교사의 한계를 자탄했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사람이 자라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겠지만 거짓말은 자기 정당화이고 자기 기만이며 결국은 양심을 망가뜨리는 행위이다. 이기적인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이 많은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의 이기심과 타인의 이기심이 서로를 이용하면서 조직돼 굴러간다.
그러한 조직은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윤리와 합리성은 이기주의 앞에 무력하기 일쑤다. 동물의 속성은 본능과 자기중심성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동물성이 강한 사회다.


고향 사람이나 동문이 당선되면 내게도 뭔가 이익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학연과 지역감정의 포로가 되는 유권자의 뿌리는 결국 이기주의인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미화하기까지 한다. 어미의 본능적인 새끼에 대한 애착이 엄청난 사랑으로 칭송되듯이 말이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이기주의는 동물계를 설명하는 원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선이라거나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모두 이기심을 극복한 것들에 대한 칭찬이다. 자신이 망가지면서 남을 위할 때 우리는 희생이라고 경의를 표한다.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결국 인간답게 된다는 것은 얼마만큼 동물적 이기심을 극복해내느냐의 문제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100점짜리 인간과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 점수를 높이는 유력한 방법은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노력하면서 우리 앞에 있는 아이들의 이기심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자기 스스로 거짓되기도 하면서 진실도 말해야 하는 교단에 서는 존재여선지 학생의 거짓에 민감하다. 교사의 한 중요한 임무는 학생의 이기심과 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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