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예탁금을 유용하는 제2금융권의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비영리 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주지역에서는 99년 원주상호신용금고 황선치 대표가 대출 신청서를 위조, 114억원을 대출받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같은해 대성신협도 과다출자로 인해 문을 닫았다. 그러다 최근 치악신협과 자유신협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터졌다.


치악신협은 7월 구권화폐를 신권으로 바꿔주면 거액의 수수료를 주겠다며 금융권에 접근한 후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일당에게 속아 신협중앙회에 예탁·보관중이던 48억원을 임의로 인출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자유신협도 지난달 99년 4월부터 고객예탁금 13억원을 유용해 조합 명의로 불법 주식거래를 하다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전반적인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최근 몇년사이 제2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일어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2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제2금융권은 1960년 어려웠던 경제여건 속에서 서민과 중산층, 자영업자와 상인을 중심으로 한 서민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서민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더욱이 IMF한파이후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경영이 악화돼 일부 신협들은 합병 또는 흡수통합 방식으로 경영개선에 나섰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대출금 상환이 제대로 되지 않자 대손충당금은 점차 늘어났고 이러한 악재속에 조합원들의 배당금이 줄어드는 악순환만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주식 투자나 카드 사업등과 같은 이익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고 이것이 결국 금융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신협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와함께 신협의 경우 자산규모 300억원 이상인 경우만 상임이사장을 둘 수 있어 원주에는 원주신협과 밝음신협만이 상임 이사장이 있고 나머지는 비상임 이사장이 재직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실권이 전무나 상무에게 주어지게 되며 몇억원씩의 자금유용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신협 관계자는 “일일 결산이 보고되고는 있지만 대부분 10여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보니 자금을 유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또다른 금융사고가 없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는 신협의 근본적 이념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조합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이익은 지역과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조합원 중심의 경영철학이 시중은행과의 경쟁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는 것.


최정환 원주신협연합회장은 “신협은 신협의 기본 정신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신협 전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협중앙회원주출장소 관계자도 “제1금융권과 대출금리등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제, 카드등 수익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신협의 기본 이념을 모든 직원들이 공감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연남 기자>  ynseo@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