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저온 현상 오지 않을까’ 불안감 확산

▲ 지난해 봄 이상 저온 현상으로 암술이 괴사한 배꽃

“배꽃 피는 시기가 작년보다 일주일 늦어졌어요. 지금 분위기면 올해는 냉해가 오지 않을 것 같은데, 누가 아나요. 예전처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질지.” 무실동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올해 배꽃이 핀 날은 지난 8일이었다. 작년과 비교해선 6~7일 지연됐는데 평균기온이 낮은 게 원인으로 보인다.

농가들은 올해 냉해가 없으리라 기대했다. 수십 년 농사를 지으며 쌓은 경험 토대로 이같이 판단한 것. 이런 온화한 날씨엔 이상저온 현상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4월 이후 원주엔 따뜻한 봄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 4월 1일 12.6℃(평균기온)를 시작으로 20℃ 안팎을 기록, 냉해가 찾아오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작년처럼 이상 저온 현상이 갑작스레 찾아올 수도 있기에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작년 4월, 원주 평균기온은 1일부터 5일까지 13.5℃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6일부터 8일까진 9.4℃, 9.0℃, 8.4℃로 내려갔다. 최저기온은 아예 0℃에 가까웠다. 1.6℃, 1.5℃로 낮아져 냉해를 입은 과수 농가가 많았다. 원주시가 집계한 우리 지역의 냉해 면적(작년 4월 기준)은 93.9㏊로, 개운동 전체 면적(1.07㎢)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올해 이상 저온 현상이 찾아온다면 지난해부터 누적된 피해로 생산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 했다. 이모 씨는 “작년엔 냉해로 과일 생산량이 급감했는데 올해도 같은 피해를 보면 농가들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며 “원주시가 냉해 예방을 위해 고체연료를 지원해줬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엔 이상 저온으로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 사과’, ‘금 배’ 논란이 확산됐다. 이마늠이나 정부와 언론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도 컸다. 과일은 주식이 아닌 기호식품인데 물가상승 주범으로 호도했기 때문이다. 물가 관리에만 매몰된 나머지 과일 수입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는 농가가 많았다.

일부 농가는 “과일값이 비싸졌어도 생산량이 줄었고 경영비도 상승해 적자를 본 농가들이 부지기수였다”라며 “이상 저온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사람들이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