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문제상담소 김은지 소장

원주시가 최근 생활폐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친환경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13억1천6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알렸다. 각종 언론에 나왔기에 폐기물과 관련한 예산을 확대한 것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확대가 아니라 말 그대로 '편성'이었다.
생활폐기물 수집사업,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 등 여러 사업들을 나열하며 생활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예산이 '많이' 편성된 것처럼 설명했지만 언급된 '슬레이트 처리 지원' 예산은 오히려 줄어 있다. 더불어 자원순환과 관련되어 세분화돼 있었던 예산이 '자원순환 활성화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기존에 진행되던 아이스 팩 재활업, 재활용기능 폐기물 분리수거함 보급 등의 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지도 알 수 없기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및 처리 사업' 예산은 약 50%가 감소되었다는 것이다. 원주시 통계에 의하면 쓰레기 수거 양은 점점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말이다. 수집이나 운반은 사람과 차량이 직접 투입되는 것인데 이렇게나 줄었다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최첨단 장비라도 도입됐다는 것을 의미할까? 생활쓰레기의 처리를 '매립'이 아니라 '고형연료화'로 돌리면서 그 예산이 줄어들기라도 한 것일까?

원주에서는 꾸준히 폐기물고형연료(SRF)와 관련한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다. 민간공장은 반려됐지만 지자체는 이를 생산하고 있다. "이제 곧 매립이 불가능해지니까", "소각장을 만들 예정이니까" 등 여러 핑계거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의 움직임이 SRF열병합발전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과 소각장,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온다고 하여 걱정이 이만저만인 주민들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걸 원주시만 모르는 것 같다. 

다시 예산으로 돌아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폐기물 무단투기 방지 예산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원주에서 폐기물 불법 매립 등 무단투기 관련된 문제들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22년에는 노림리 채석장 부지에서 사업장 폐기물(의료·산업폐기물) 불법 매립 사건이 있었고, 올해 초에는 야산에 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야산 폐기물은 내부도 아니고 서울·경기지역의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수거해 버린 것이기도 했다. 훨씬 싸게 먹힌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사건들은 대부분 내부고발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일이 터질 때 마다 원주시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예산마저 줄었다는 것은 감시체계가 여전히 허술하게 진행될 것이란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22년에는 안타깝고 애석하게도 환경사업소에서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이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2023년 예산에 '재활용가능 자원 수거선별 인프라 확충 예산'이 생겼었다. 
물론 재활용품 무게를 수기로 기록했던 일도 예산 편성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4년에는 해당 예산이 대폭 줄었다. 어떤 면에서는 '시설 유지·관리만 하면 되는 되는거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욱 철저한 안전시설과 안전교육이 몇 년 간은 지속되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작년과 올해 원주에서는 유난히도 폐기물업체 화재가 많았다. 폐기물업체 화재는 늘 고의성을 의심받는다. 다른 지역의 경우 왜 폐기물 업체 화재는 늘 야적장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화재가 발생하는 시점이 폐기물 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이라는 것도 지적했다. 고의성 여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쓰레기와 관련된 일들은 어느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이를 업체의 문제로만 내몰아서는 안된다. '왜'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방법은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폐기물 가격이 떨어지면 가지고 있거나, 파는 것보다 태우고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이득이라던 그 말을 다시 듣고 싶지는 않다.

원주시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폐기물(쓰레기)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물론 그렇게 만든 것이 지자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때는 아니고 지금은 맞다'만 아니라면 좋겠다. 그렇다면 원주시민들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