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일하는 공직풍토 조성에 발 벗고 나서 주목된다.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직무수행 태도가 나빠 조직 운영을 저해하는 직원에게 근무성적기록을 최하위인 '가'점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원주시 근무성적기록은 수(20%), 우(40%), 양(30%), 가(10%)의 비율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언제든 가점을 줄 수 있었지만 가점 부여가 필수사항이 아니어서 그동안은 양을 최하위 점수로 운영해왔다. 동료애가 끈끈한 공직풍토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하는 공직풍토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건 지역경제가 극도로 침체해 있는 현재 상황과 맞물린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인들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원주시가 직원들에게 근무성적평정 제도 개선을 공지하면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태도가 나쁜 유형으로 예를 든 건 3가지였다. 무단 결근·지각·조퇴·장시간 이석 등 직무수행 태도의 성실함이 현저히 미흡해 업무수행에 명확히 지장을 준 경우가 첫 번째 예였다.

 두 번째는 일과시간 중 상당 기간을 개인용무, 인터넷쇼핑 및 게임, 동영상 시청 등으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태도 개선이 없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업무분장을 거부하거나 본인 업무임에도 고의적으로 업무를 해태함으로써 업무 처리가 지연되거나 동료 직원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경우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시에 해당하는 직원을 원주시에서 찾기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6급 팀장으로 승진한 뒤 일선 업무에서 한발 물러서는 팀장에 대한 불만을 하급직 직원들은 심심찮게 얘기한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업무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고도화되는 일반 기업문화와 확연히 결이 다르다. 본청 근무를 기피하고, 행정복지센터 근무만 고집하는 직원도 있다는 게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본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행정복지센터 근무가 수월해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민원이 극히 적은 일부 특정 부서는 '휴양소'로 불리기도 한다. 

 일하는 공직풍토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밀한 조직진단과 직무분석을 통해 적절한 인원과 업무를 배정하는 과정도 병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원주시가 매년 시행하는 조직진단에서는 91개 모든 부서가 인원 충원을 요구하지만 '휴양소'가 버젓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면밀한 조직진단과 직무분석이 필요하다. 동료에게 업무를 떠넘길 수 없도록 업무분장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원주시 행정이 시민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내 집 값을 올리거나 내릴 수도 있다. 일하는 공직풍토가 확립되면 시민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업무를 해태하는 직원에 대한 일벌백계와 함께 일 잘하는 직원을 적극 발굴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원주시 성장동력이 꾸준히 유지돼온 건 묵묵히 일해온 대다수 원주시 공무원이 있었기 때문이란 점을 시민들도 알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