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이면 여기저기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투고글을 부탁해 온다. 그럴 때마다 한 편으로 아쉬움이 드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호국영령을 우리는 꼭 6월이 돼서야 한 번쯤 기억하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우리의 부모님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달'이 있어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은 그것만도 감사하고 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전쟁이 발발한 지 74년째를 맞았다. 전쟁 휴전으로는 71년째를 맞는 해다. 미망인들께서는 90세를 넘어 살아계시는 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자녀들은 평균나이가 70대 후반을 지나 백발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어릴 적 고아원에서, 조부모 슬하에서, 백부 숙부 슬하에서 못 배우고 못 먹으며 갖은 역경과 외로움을 간직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고 목숨을 바친 결과다. 국가유공자 뿐 아니라 그의 자녀들 또한 전쟁의 피해자로 나라에서 보호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당사자와 유가족의 정부 혜택은 여전히 하늘과 땅 차이만큼 차별이 심각하다. 보상금액부터 장례 혜택, 의료 혜택, 교통 혜택, 갖가지 감면 혜택 등등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전사자 가족은 국가로부터 너무 소홀하게 취급당해 왔다. 

 광역자치단체도, 지방자치단체도, 참전유공자 우선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 본인의 아버지도 참전 중 전사하셨지만 아버지는 아무 혜택없이 돌아가셨고 유가족은 모든 혜택에서 제외되는 현실이 늘 답답할 뿐이다. 다시 한 번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울 수 있겠는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나의 부모, 우리의 부모가 감당했지만,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로지 자식들의 몫으로 남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는 게 늘 아쉽다. 

 그래서 올해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는 국가에 좀 더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국가유공자 지원에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바로 잡아볼 요량이다. 

 유족회가 원하는 것은 전사자 사망 보상금 지급, 정부보상급 형평성, 의료혜택제도 개선, 위탁병원 폐지 및 모든 병원 진료, 요양원 입소제도 개선, 차량 구매 조건 감면, 대중교통감면 제도 개선, 국립묘지법 개정 등이다. 

 이것은 비단 유족회가 배 불리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니다.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1950년 6·25전쟁의 역사를 바로 알고 그 의미를 후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함이다. 

 국가유공자들의 후손들은 이제 다들 80이 가까운 노인이 됐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부디 참전유공자들의 몸 바친 헌신과 공로가 후대에도 그만한 대우를 받으며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호국보훈의 달이 또 다시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가고 전쟁의 기억은 우리에게서 더 멀어질 것이다. 바라기는, 이 땅에서 실제 벌어진 뼈아픈 전쟁의 역사가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생소한 남의 나라 일 정도로 전락되지 않기를 유족들은 바란다. 호국 영령을 진심으로 기리고 감사하는 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승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원주지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