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4월 초순으로, 작년과 비교해 5~7일 정도 일찍 개화한다고 한다. 20여 년 전 만 해도 4월 하순이면 소초면 산골짜기에선 분홍색 복사꽃이 만발했다.

평장리 주민들은 복사꽃 축제를 열어 고품질 치악산 복숭아를 원주 안팎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축제는 9년만에 폐지되고 만다. 원인은 기후온난화로 복사꽃망울 맺히는 시기에 냉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요즘 ‘금값 사과’가 생기게 된 것도 강수량, 습도, 기온이 오르면서 과일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이다. 이 역시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사회·환경의 부정적인 영향을 예측해야 한다. 사회생태적 회복력을 높여 현재의 삶과 미래세대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 도시화·산업화·인구증가 등으로 과거와 현재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나타난 것처럼, 미래에도 삶의 방식을 급격히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화석연료 문명은 2백여 년이 흘렀지만, 인류가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부터다. 폭염, 홍수, 가뭄 등 기후재난에 대한 취약성은 계층과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후위기에 대한 진전된 노력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기후적응은 개인이나 산업, 사회경제구조를 바꾸어 나간다. 개인적인 피해나 일자리 상실,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고 국가적으로도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이러한 일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이자 첨단미래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대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지난 2월 22일, 녹색전환연구소에서는 ‘기후위기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기후민감도지수와 기후문제가 22대 총선 투표에 중요한 고려대상인지를 알고자 했다. 그 결과 기후공약을 중심으로 투표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가 여성보다는 남성(35.7%)이, 연령대에서는 60살 이상(35.2%)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기후유권자가 전체 10명 중 3.3명이었다. 2015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였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들이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를 정책으로 펴지 못했다는 방증이었다.

강원도지역 기후유권자가 느끼는 기후재난으로는 폭염(69.3%)과 산불, 가뭄 등이 꼽혔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는 농업, 어업, 임업 분야(85.4%)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으로는 재생에너지확대(57.8%)가 원자력발전(22.2%)보다 2.5배가량 높았다.

이번 설문에서 도민들은 주차장 태양광 설치(83.4%), RE100 필요성(69.6%), 그린리모델링사업(47.1%), 자동차 등록 대수 제한(56.7%), 대중교통 확대(60.9%), 자동차 무소유자 인센티브 지급(76%),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중단(59.9%), 농림축산분야 지원(79.4%), 자원순환활성화(54.5%) 등에 관심을 드러냈다.

원주지역의 기후유권자는 32.7%였다. 유권자의 8.5%가 기후위기 대응공약에 가장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기후공약을 보고 투표를 고민하겠다’(62.9%),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기후공약이 마음에 드는 정당에 대해 투표를 고민하겠다’(63.1%)라고 응답했다.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잘하지 못했다’(66.2%)고 평가하듯이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적극적인 기후유권자인 기후시민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첫째로 농업의 자립과 보존에 대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식량 자립률은 20% 이하인데 고령 농민은 증가하고 젊은 농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둘째로는 에너지전환과 산업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다. 원주지역 최대 온실가스 배출요인인 교통수단을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다.

셋째로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에 관한 대안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노인, 장애인, 어린이, 저소득층 등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거환경과 도시환경을 폭염과 열대야, 홍수, 가뭄, 전염병 등에 회복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필수 요인이기도 하다.

22대 총선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 수 있는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만이 2030년 1.5℃ 기온상승을 막아내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후유권자가 되자. 

노나메기 변재수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