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주축협 조합원들은 벼농사에 여념이 없었다. 축분을 활용해 지력(地力)을 높인 후 벼를 재배하려고 애썼던 것. 자연순환농법으로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축협 스스로 평가한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미질이 좋고 밥이 기름져 최상위급 쌀을 생산했다고 자평했다. 조합원이 정성스레 생산한 쌀을 지인들과 나누며 자연순환농법의 중요성을 홍보했다. 

토토미 고품질화 사업도 자연순환농법이 우선되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씨를 뿌리고 가꾸는 경종(耕種)농업과 가축을 키우는 축산(畜産)업이 조화를 이뤄야 토토미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 원주축협 신동훈 조합장은 "지난해 지력이 무너져 깨씨무늬병이 원주 곳곳에 퍼졌다"며 "토토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축순환농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퇴비장 건립도 주문했다. 4개 권역에 공동 퇴비저장시설을 만들어 친환경 농업을 추진하자는 것. 부숙(썩혀서 익힘)이 완료된 축분을 농경지로 환원해, 지력 개선은 물론 미질 향상에도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지난달 12일 열린 원강수 시장과 농협 조합장 간담회에서 관련 사안을 언급했다. 

신 조합장은 "원주시가 마을 단위 퇴비저장시설을 건립할 필요가 있다"며 "인근 지자체에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원주시도 시설을 확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주축협은 공동퇴비장 건립으로 ▷고품질 쌀 생산 기반 확충 ▷친환경 농업 저변 확대 ▷축분 처리 부담 완화 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축산농가에서 일제히 쏟아내는 축분을 집적하는 시설이므로 민원 발생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공동퇴비장 건립은 수년 전부터 축산인들이 요구했던 사항"이라면서도 "이를 추진하려면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축순환농법에 대한 수요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동퇴비장을 지었는데 축분 신청 농가가 적으면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지금도 원주시가 축분 퇴비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농가는 많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원주축협 신동훈 조합장은 "소비자가 나서야 토토미 품질도 개선되고 농업 경쟁력도 향상된다"며 "친환경 고품질 쌀에 대한 수요가 늘면 공동퇴비장 건립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