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장사의 기본은 '역지사지'더라고요"

원주시강소농협의회 '메밀전 명인'…전국서 매일 수십 상자 주문 남미영 기자l승인2024.04.0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장사의 기본기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돼 보는 거죠. 뭐든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대로 해 보면, 결국 그게정답이더라고요"

흥업면 '곽삼메밀전' 곽삼(69) 대표는 지짐이 명인이다. 

명인(名人). '특정 분야에서 기예가 뛰어난 유명한 사람'을 일컫는 사전용 뜻답게, 곽 대표는 지짐이 실력이 뛰어나고 지짐이 본연의 맛을 내기로 이미 유명하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원주시강소농협의회 명인으로 공식 지정되며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남, 부산, 인천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오세요. 이 지짐이 맛보겠다고요. 어떤 손님은 매주 토요일 평택에서 원주까지 오시기도 해요. 제가 만든 메밀전병이 예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주시던 것과 똑같다고요. 그런 말씀 들으면 가게 문 닫다가도 또 만들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이윤을 남겨야 하는 장사꾼이 손님 입장을 다 헤아려서 어찌 장사가 될까. 하지만 곽 대표의 이러한 모성애 가득한 장사 철학 덕분에 구멍가게 수준의 가게는 이제 깨나 매출을 올리는 큰 가게가 됐다. 하루에도 수십 상자씩 주문이 밀려들 때가 다반사다. 

메밀전 명인으로 통하는 곽 대표는 사실 메밀 생김새도 모르던 충청도 토박이다. 40여 년 전 원주로 시집와 무료한 시골 일상을 보내던 중 메밀전으로 마을 공동사업을 시작하며 지금에 이르게 됐다.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작든 크든 '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녀회장을 맡고 있던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메밀전 부치는 일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듣고 '노인 일감으로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부랴부랴 주민 10여 명이 농업법인을 만들고 지난 2018년 농촌 복지시범사업에 선정되며 메밀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애초에 메밀에 대한 추억도, 경험도 없던 터라 그는 그때부터 책으로, 인터넷으로 메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메밀로 전을 부친다는 영월, 평창, 정선, 횡성 강원도 시장 곳곳을 돌며 하루 수십 장의 메밀전을 맛보고 어깨너머로 만드는 비법을 배웠다. 
똑같은 메밀이지만 메밀전은 속 재료는 물론이고 기름, 불, 시간 조절에 따라서도 맛에 큰 차이를 보였다. 배고픈 시절 강원도 사람들이 허기를 면하고자 먹어온 음식이라 정확히 정해져 내려오는 비법 또한 없었다. 
이후 그는 '메밀에 정답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만의 레시피 개발에 나섰다. 제분 회사를 통해 원하는 비율의 전분을 찾아내고 전병 속 재료도 당면부터 두부, 온갖 재료를 넣어보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탄생한 지금의 레시피. 그의 메밀전에는 직접 담가 수 일 간 숙성한 김치가 겹겹이 얹혀지고 메밀전병에는 두껍게 썬 무생채와 배추 등 해당 계절의 신선야채 3가지가 들어간다. 반죽부터 모든 재료는 만든 직후 최소 3일 간의 숙성을 거치는 데 이것이 곽삼 표 메밀전의 특화된 비법이다. 

맛의 연구도 그렇지만 곽 대표 지짐이 인기의 비결은 그의 장사비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밀전 맛이야 거기서 거기"라며 운을 뗀 그는 "결국 누가 얼마나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느냐에 장사 목숨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 맞춤형으로 전을 부친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던 때였는데 하루는 8시까지 찾으러 오겠다는 손님이 있었어요. 그러면 밤새 전을 부치죠. 주말에도 손님이 무작정 와서 메밀전 달라고 전화를 하면 가게 문을 열고 전을 부치고요. 다들 딸 같고 며느리 같고 부모님 같아요. 좋은 음식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니 힘도 덜 들고, 이제는 손님들도 그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죠. 비법이랄 건 없지만 손님 입장에서 장사를 한 게 결국 비법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의 메밀전은 관공서나 대학교, 마을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지역 명물이 됐다. 몇 해 전부터는 비법을 전수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겨 체인점도 구상 중이다. 

"이제는 우리 잘개미마을만의 메밀전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저 혼자 말고 여러 사람이요. 그래서 재료와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예요. 이제는 더불어 잘 사는 게 제 목표가 됐네요."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그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수백만 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마을 행사 후원금을 기탁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남미영 기자  onlyjhm@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미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등록연월일 : 2012년 04월 0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발행인 : 심형규  |  편집인 : 오원집  |  대표전화 : 033)744-7114  |  팩스 : 033)747-99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원민
Copyright © 2024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