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터를 잡은 지 7년 차가 됐다. 단구동에 살다가 현재는 개운동 주민이지만 단구동과 명륜동의 인접지에 살고 있어서 뚜벅이에겐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거주지 앞이 버스가 제법 많은 편이라 이동하는데 꽤 수월하다. 

처음 원주에 적응하기 위해 찾은 곳은 원주시 평생교육원 학습관이었다. 4개월 8만 원, 주 2회로 저렴한 수강료에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국민체육센터에서 하던 생활 요가와 에어로빅 강좌를 수강할 수 없게 되자 마스크를 쓰고 집 근처 산책할 만한 곳을 찾게 됐다. 밖으로 나와 걷다 보면 잡념도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와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산책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집 가까운 곳에 도보로 이동하며 산책하기에 좋은 곳은 ▷원주종합운동장 ▷따뚜공연장 ▷원주천 ▷여성가족공원 숲속 둘레길 등이 있다. 돌아가며 걷는 재미도 쏠쏠한데 원주종합운동장은 특히 역시계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같은 곳을 향해 걷다 보면 함께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 운동하는 사람들에겐 제격인 것 같다. 큰 전광판 시계에 온도까지 표시되는 덕에 하늘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따뚜공연장은 저녁에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가족, 친구들과 농구 하러 나온 아이들까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원주천으로 가려면 조금의 호흡이 필요하다. 갈 때 조금 망설여지지만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곳이다. 강가에 들꽃이라도 핀다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왜가리와 백로 특히 오리가족은 수시로 자맥질을 하며 수중발레를 하곤 하는데, 그 모습에 매료돼 한참을 멈춰 바라보게 된다. 중앙시장 방향으로 걸어가서 손칼국수를 먹고 과일과 채소를 한 아름 안고 오면 정말 뿌듯하다. 올해 도심 속 새로운 휴게 공간을 위해 '원주천 르네상스 조성 사업'이 시작된다니 기대가 크다.

근거리에 있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원주시립중앙도서관이다. 도서관 주변에는 여성가족공원과 둘레길이 있다. 독서를 하다 잠시 나와 숲속 향기를 고스란히 맡으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개관한 원주아트갤러리에 전시가 있다면 일석이조의 힐링이다. 공원과 어우러진 단층 건물과 통창으로 펼쳐진 전시관이 꽤 아담하고 멋스럽다.

문화생활을 향유하기에 안성맞춤인 치악예술관은 주로 1층 전시장을 찾게 된다. 음악회와 연극도 열리는 듯한데 아직 가보진 못했다. 처음 원주에 와서 미술전시를 감상했는데 현재는 전시도 참여하고 감상하는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원주는 미술 강사로 일하다 전업작가로 전향하게 된 의미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벚꽃이 필 때면 연세대 미래캠퍼스 내 호수길을 걷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지역 주민에게 학교 전체를 무료 개방해줘서 가족, 연인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가끔은 버스 타고 가서 커피 한잔하며 캠퍼스 둘레를 걷기도 하는데 유럽풍의 건물과 멀리 보이는 호수, 전나무의 향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이다.

치악산엔 몇 번 가봤는데 역시 등산은 어려워서 나무와 개울을 보며 걷다 보면 어느덧 구룡사에 도착해있다. 이번에 올라가면 어떨지 궁금해진다. 치악산 비로봉에서는 원주시가 다 보인다며 남편이 회사 산악회 등산을 다녀오며 전해줬다. 

원주 곳곳에는 둘레길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아직도 못 가본 길이 많고 잘 모르는 곳도 있다. 하지만 현재 여력이 되는 선에서 가까운 주변을 지루하지 않게 조금씩 리듬과 터치를 주며 걷고자 한다. 낯설었던 원주살이가 평안함으로 다가온 것은 주변 산책을 자주 하면서부터이다. 가정의 건강과 일을 위해서 나의 산책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