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요?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대로예요."

지난 14일 강원특별자치도원주의료원(이하 원주의료원) 총무과 직원 A 씨는 외래·입원 환자 수를 묻는 기자의 말에 덤덤하게 답했다. A 씨에게 전공의 이탈이 초래한 의료 공백 사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듯 했다. 

이날 원주의료원은 어디서도 분주함을 찾을 수 없었다. 환자가 몰리는 오전임에도 노년층이 자주 찾는 내과·신경외과만 환자 일부가 대기하고 2층 접수·수납창구는 물론 상당수 진료실 앞 대기석이 비어있었다. 전공의 집단행동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던 응급실도 이날 병상은 3분의2가 비었고 평소처럼 운영됐다.  
A 씨는 "병원은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환자 수로 봐서는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아서 의료원으로 오는 환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부터 지난 13일까지 원주의료원 외래 및 입원환자 수는 각각 1만5천55명, 3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천923명(외래환자), 278명(입원환자)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공공의료가 대책? 병원들 반응
정부가 전공의 파업 사태 대책으로 '공공의료 확대'를 제시했으나 정작 지역 공공의료기관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공병원이 파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의료현장에 비상이 걸려도 환자들이 공공병원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게 가장 큰 이유다. 직원 B 씨는 "전공의가 파업하고 대학병원이 축소 진료를 해도 지방의료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지방의 공공병원이 과연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원주의료원은 타 병원 응급실 재실 환자도 필요 시 전원 수용해 진료하도록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24시간 응급 환자 진료를 위한 비상 연락 체계도 재편성했다. 18일부터는 미사용해 온 별관(43병동) 36병상을 추가로 운영한다. 기존 234병상에서 270병상으로 늘리고 의사 1명, 간호사 7명을 신규 채용했다. 응급실도 비상시를 대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을 충원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정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병원들의 추가 인력 채용, 연장근무에 따른 특별수당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비상 시 구원투수, 이후엔…
정부 지원에도 불구, 공공병원에는 고민이 따른다. '환자가 없는 데 연장 진료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원주의료원은 대책은 세웠지만 연장진료를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 기존 진료 시간만으로도 외래 및 입원환자 대응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병상 확대도 지침에 따를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인력 충원도 부담이다. 신규 채용에 따른 정부 지원 기한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비상사태가 끝난 후 이들 병원이 채용한 정규 인력의 인건비 등이 고스란히 병원 부담으로 남을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도 공공병원들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감염병 사태가 잠잠해진 후 손실 해결, 병원 정상화 등은 병원의 몫이었다. 
권태형 원주의료원장은 "진료 공백에 대한 주민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공공병원이자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1942년 설립된 공공의료기관인 원주의료원은 지난 2020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 음압병상 등 코로나19 확진자 전용병상을 확보해 환자 수용과 치료에 매진했다. 이후 지역책임의료기관 및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로 선정,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며 도내 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