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장농공단지는 높이 45m 이하의 고도제한 적용을 받기 때문에 건물을 증축하지 못해 제3의 부지로 이전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태장농공단지.

태장농공단지 내 파리크라상은 공장 증설을 추진하다 규제로 막히자 경기도 성남에 공장을 증설했다. 태장농공단지 내 동국정밀화학도 공장을 증설할 수 없자 충북 진천으로 공장 설비를 이전했다. 원주시 전체 면적의 12.7%인 110㎢가 일정 높이 이상으로 건물을 신축하지 못하도록 개발이 제한돼 있어서다.

소초면 공군 원주기지에서 비행안전구역 고도를 제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와 공군은 지난 2010년 5월 전술항공작전기지의 비행안전구역 제한 고도를 초과하는 구조물에 대해 비행안전영향평가 기준과 절차를 정립했다. 군용 비행장 주변의 고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공군 원주기지에서는 “비상절차(OEI)의 영향으로 전 지역의 차폐가 제한됨”이라고 발표했다. 군용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고도제한을 완화하지 않은 것이다. 전국 15개 지자체의 전술항공작전기지 중 유일하게 원주만 고도제한을 완화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주시에는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이 십수 년 동안 무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공군 원주기지에서 호저면 참빛원주도시가스(주) 인근까지 110㎢의 개발이 제한돼 도시발전에 제약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장농공단지이다. 태장농공단지는 높이 45m 이하의 고도제한 적용을 받기 때문에 건물을 증축하지 못해 제3의 부지로 이전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고도제한 10m만 완화해도 공장 2층을 증축할 수 있다”라며 “이로 인해 원주를 이탈하는 기업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공군 원주기지에서 내세웠던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 이유는 원주 제8전투비행단의 F-5 기종의 비상절차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군 원주기지의 F-5 기종은 다른 지자체로 전면 재배치됐다. 현재 공군 원주기지에는 국내 생산 항공기만 운영되고 있어 고도제한 이유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주시의회는 지난 11일 열린 제247회 임시회에서 ‘원주시 비행안전구역 차폐이론 적용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의장, 국방부장관, 공군본부, 강원특별자치도지사 등에 발송했다. 건의안에서 시의회는 “원주에 일괄적으로 지정된 비행안전구역을 국방부가 재검토해 전국의 전술항공작전기지와 형평성 있게 고도제한 완화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국방부가 일률적으로 구조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수성과 비행절차 등을 고려해 고도제한 초과구조물 설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도 건의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문정환 의원은 “중장기적으로 원주공항의 노후 활주로 정비를 통해 활주로 방향 변경을 고려할 것을 요청한다”라며 “군 비행시설 방호 목적을 강화하면서 스마트 국제공항으로 승격시켜 중부내륙권의 허브로 키울 수 있도록 건의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원주시에서 자체 분석한 결과 고도제한을 완화하면 약 9천700㎡의 개발이 가능해 9조7천억 원 규모의 경제 유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소외된 원주 북부권의 경쟁력 향상으로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